2024 올림픽 정식 종목 된 브레이킹…세상에 없던 역동적 ‘댄스 경연’ 펼친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13 00:20

업데이트 2021.11.1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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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09면

[SPECIAL REPORT]
백댄서, 주인공이 되다 

진조크루 소속의 브레이커 Wing(본명 김헌우). 개인 랭킹 세계 2위다. [사진 진조크루]

진조크루 소속의 브레이커 Wing(본명 김헌우). 개인 랭킹 세계 2위다. [사진 진조크루]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 춤바람이 분다.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이는 ‘브레이킹(breaking)’이 사상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오르는 것. 지난해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레이크킹과 스포츠 클라이밍 등 4개 종목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젊은 세대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2020년부터 올림픽 개최도시가 직접 추가 종목을 제안하도록 한 결과다.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브레이킹은 강렬한 힙합 비트에 맞춰 역동적인 동작을 선보이는 고난도의 춤이다. 한국에서는 ‘브레이크 댄스’ 혹은 ‘비보잉’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올림픽에서는 일대일 댄스 배틀 형식의 토너먼트가 진행되고, 남녀 개인전에 금메달이 1개씩 걸려 있다.

2000년대 초반 비보잉 열풍이 불었던 한국은 대표적인 브레이킹 강국이다. 브레이커 집계 사이트 ‘비보이 랭킹즈’에 따르면 현재 국가 랭킹 1위는 미국, 2위는 한국이다. 팀 랭킹에서는 한국의 ‘진조크루’가 단일팀 기준 1위를 기록 중이다. 진조크루 소속의 브레이커 ‘Wing(본명 김헌우)’이 전 세계 개인랭킹 2위, ‘Hong10(본명 김홍열)’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브레이커로는 지난 9월 레드불 비씨 코리아에서 우승을 차지한 ‘Freshbella(본명 전지예)’,  ‘Ashes(본명 최예슬)’, ‘Teenie(본명 김주연)’ 등이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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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은 오는 27일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KFD)이 주최하는 ‘브레이킹 K’ 시리즈 파이널 대회에서 국가대표를 최종 선발한다. K 시리즈 1, 2차 대회 우승자와 대회 합산점수 상위 14명이 결선에 나선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내년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파리 올림픽까지 각종 국제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게 된다. 지난 2차전에서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 출연해 인기몰이 중인 ‘Yell(본명 김예리)’과 Wing이 1위에 올랐다.

선발전이 종료되는 대로 국가대표 종합훈련원인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스포츠 시스템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박재민 배우 겸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이사는 “선수촌 내 훈련과 촌외 훈련을 병행해 촌내에서는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한 기술 향상과 심폐지구력, 근지구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진행하고, 촌외에서는 예술성과 창의력 증진을 위해 소속 크루들과의 활동이나 국제 대회 참여를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심사기준은 세계댄스스포츠연맹이 제시한 ‘트리비움 밸류 시스템(Trivium Value System)’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신체·해석·예술적 능력을 동등한 비율로 나눠 기술·다양성·수행력·음악성·창의성·개성의 6개 세부항목을 고루 반영한다. 가령 음악성의 경우 박자와 춤 동작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 다양성은 회전 동작과 스텝 동작이 균등하게 분배되었는지를 고려해 평가한다. 박 이사는 “컬처 영역의 브레이킹은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특출난 영역이 있다면 우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스포츠 영역의 브레이킹에서는 한 가지 영역이라도 뒤처짐 없이 다 잘해야 하고, 그중 가장 완전체인 선수가 1위를 차지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 관점에서 단어 자체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그 개념이 대부분 맞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던 ‘배틀’과 ‘역동적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박 이사는 “한 사람이 경기하고 있을 때 다음 사람은 어떻게 경기를 펼쳐나갈지 기대할 수 있고, 각각 비교도 가능하니 관람 방식이 훨씬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가 보여줬던 예술의 영역을 역동적이고, 강력한 동작으로 확장시켰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앞둔 23년 차 브레이커인 Wing은 마지막 ‘한판’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해외 대회나 이벤트, 한국 대표 선발전에도 여러 번 참여했지만, 스포츠 영역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이 주어지는 기회”라며 “시스템이나 규칙의 차이를 철저히 숙지하고 대회에 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컬처 영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지만, 스포츠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기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그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쌓아온 한국 비보이들의 명성을 세계에 떨치는 데 한몫하고 싶습니다. 스포츠 무대가 됐든, 기존의 컬처 무대가 됐든 춤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싶습니다.”

해외 경쟁자들도 쟁쟁하다. 원조국 미국은 정통성에 기반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일본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을 받아 기본기와 테크닉이 좋다. 유럽은 체격이 좋고 예술성이 뛰어나 난도 높은 동작을 펼치는 선수가 많다. 지난 9월 각각 한국과 파리에서 개최한 부천세계비보이대회와 배틀 배드(Battle Bad)에서 우승을 거머쥔 비보이 필 위자드(Phil Wizard)는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Wing은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 순위가 한순간에 바뀌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잘하는 선수가 즐비해 순위권 안에 들어갈 것 같고, 네덜란드나 러시아에도 실력자가 많다. 중국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올림픽 무대는 브레이킹 무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Wing은 “브레이커라는 직업에도 성공의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에 비보잉이 큰 주목을 받았었는데, 많이 노출이 안 되었거든요. 재능이 있던 수많은 브레이커들도 금전적인 문제로 결국 떠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올림픽을 계기로 행사도 많아지고, 타 종목들처럼 후원도 늘어났으면 해요. 이 직업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다음 세대들도 춤의 매력을 느껴 브레이킹에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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