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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드 배치는 우리 주권, 안보 상황 따라 업그레이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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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05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2일 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차관보.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2일 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차관보.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2일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 “우리 정부의 주권 사항”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사드를 포함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얼마나 더 강화하고 한·미·일 3국이 어떻게 공조할 것인지의 문제는 안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의 이날 발언은 경우에 따라서는 사드 추가 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3불 정책’은 중국과 맺은 어떤 협정도 아니고, 약속도 아니며, 문재인 정부의 그냥 입장에 불과한 것”이라며 “지금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우리의 안보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것인데, 이 사드 문제를 마치 중국에 대한 어떤 도발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3불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갈등이 격화된 이후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정책 기조를 말한다. 윤 후보는 이날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에 따른 국내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산업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한·중 간의 광범위한 경제 교역에 문제가 생길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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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차원에서 거론되는 북한과의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서는 “종전만 분리해서 정치적 선언을 할 경우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후보는 “종전선언만 먼저 할 경우 정전 관리 체계인 유엔사가 무력화되기 쉽다”며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서는 “원칙 있는 자세로 일관성을 견지해 주종 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도중 ‘러시아를 좋아하느냐’는 러시아 기자의 질문에 윤 후보가 “저는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를 아주 사랑한다”고 하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해서도 “외교 자체가 거의 실종된 상황”이라거나 “거의 망가졌다”는 등 격한 표현을 동원했다. 그 원인으로는 “대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너무 끌어들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묻자 윤 후보는 “한·일 양국이 미래를 향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게 협력하고 발전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수용할 정도의 일본 정부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날 윤 후보의 한·일 관계 관련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신경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윤 후보는 간담회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시대를 열겠다.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 의제 등을 망라한 포괄적 해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당시 김대중(DJ)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선언’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지금의 일본은 과거 오부치 선언이 나올 때의 일본이 아니다. 한참 우경화됐다”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이어 “아베 집권 이래로 스스로 ‘더 이상 사죄는 없다’는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 해결과 위안부 문제 사죄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역사적인 DJ의 업적을 언급하고 있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윤 후보는 “(한·일 관계 악화를) 단순히 일본 사회의 우경화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고 재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대미 외교 데뷔전도 치렀다. 윤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포괄적 전략 동맹 구축을 기본으로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동참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대미 외교 구상이다.

이에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미국에 한국보다 더 중요한 동맹은 없다”고 강조했고, 오소프 상원의원도 “저는 ‘미스터 선샤인’이란 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면담은 자리 배치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 후보가 가운데 앉고 미국 방한단이 윤 후보 오른쪽에 앉은 자리 배치에 대해 민주당이 “왕처럼 상석에 앉았다”는 취지로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오소프 의원 등을 만날 때 마주 보는 형식으로 앉았다.

그런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후보 측의 신경전과 관련해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은 이날 “이 대표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글로 도배가 됐다. 당 홈페이지 ‘할 말 있어요’ 게시판에는 이날 27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는데 대부분 “이 대표는 당원들 손에 쫓겨나기 전에 직접 내려오라”거나 “해당 행위자 이준석을 소환한다. 민주당에 도움을 주고 자당의 후보를 디스하며 흠집을 내는 당 대표는 없는 게 낫다”는 등 이 대표를 비판하는 글이었다. 게시판 글이 폭주하자 한때 당 홈페이지 접속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강성 유투버들의 주장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자신을 ‘보수의 암늑대’라고 칭하는 전여옥 전 의원의 경우 최근 방송에서 “이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확보를 위해 찌질한 행보를 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계속 윤 후보의 뒤통수를 치고 등에 칼을 꽂으면 우리도 ‘이준석 물러가라’며 데모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강성 유튜버들도 “당원소환제를 통해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자”며 이 대표 비난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 사안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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