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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가 대대적 역할로 청년 일자리 창출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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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04면

민생 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울산시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민생 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울산시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금까지 민주당이 매우 부족했다는 국민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국민이) 질책하시는 것을 달게 받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2일 이 말을 남긴 뒤 ‘매타버스’에 올라탔다. 이날은 그가 2박 3일간 부산·울산·경남 지방 순회에 나서는 날이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첫 민생 탐방 투어에 나선 그는 향후 8주간 매주 3~4일 일정으로 전국 곳곳을 다니며 현장 밀착형 행보를 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매주 타는 민생 버스(매타버스) 출발 국민 보고회’를 연 이 후보는 “지방으로 경청 투어를 떠나는 것은 같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지방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기회를 더 많이 잃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민주당에 대한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자성과 함께 지방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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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매타버스의 주요 콘셉트 중 하나는 ‘2030세대 공략’이다. 비교적 지지율이 낮은 청년 세대와의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는 데 많은 일정을 할애했다. 이 후보가 타고 다니는 버스 내부엔 MZ 세대를 초청해 대화하는 ‘MㅏZㅏ요(마자요) 토크’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순회 때마다 각 지역 청년들과 교감하는 ‘명심 캠프’도 할 예정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에 실망감을 표시한 2030세대에 ‘이재명의 민주당은 달라질 것’이란 메시지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색 민주당 점퍼를 입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이 후보가 이날 회색 목티에 감색 코트를 입고 나타난 것도 “기존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첫 순회지로 부·울·경(PK)을 택한 것을 두고는 “20%대 지지율의 박스권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당일에도 대구를 방문하는 등 이른바 ‘동진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영남(경북 안동) 출신이란 점을 고리로 영남 지지율 흡수를 통해 ‘블루 오션’을 개척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매타버스를 타고 처음 도착한 방문지인 울산엔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후보가 울산중앙전통시장에 도착하기 수십분 전부터 지지자들은 시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시장에 도착해 그가 처음 산 물품은 장모에게 줄 털이 달린 신발이었다. 1만7000원짜리 신발을 지역상품권 2만원으로 구매했다. 인파가 너무 몰려 혼잡이 빚어진 데 대한 사과의 뜻으로 3000원을 더 내기도 했다. 이후 뻥튀기와 후리스 등도 구입했다.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과 악수 요청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50여분 동안 300m밖에 걷지 못할 정도였다.

이 후보는 이어 울산시청으로 이동해 울산 지역 청년 50여 명과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이 후보는 “지금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매우 적은 기회를 갖다 보니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저 역시 기득권 세대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있다. 국가의 대대적인 역할을 통해 새로운 산업 전환과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약인 기본소득을 설명할 땐 젊은 층에 익숙한 인터넷 게임을 예로 들기도 했다. “넷마블 게임을 하다 돈을 다 잃으면 판돈을 다시 준다. 왜 주느냐. (돈이 없으면) 나가 버리니까 그렇다. 그러면 시장이 죽는다”면서다. 이어 “이런 생각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도 기본소득을 하자고 한다”며 “돈을 쓸 사람이 없으면 사회 전체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을 국민에게 나눠줘야 시장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고등학생은 최근 이 후보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최근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대 남성에 구애하는 취지였지만 “20대 여성은 버리는 거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에 이 후보는 “남녀의 전 생애를 놓고 보면 여성이 너무 피해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임금도 (남성의) 60%고 승진도 잘 안 되고 아이들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되면 복귀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보전해 평등하게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여성도, 남성도 평등하게 지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학생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정치만 잘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머슴이 일 잘하면 되지 우아한 머슴 뽑나. 저는 일 잘하는 대리인 역할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후 부산으로 이동해 BIFF 광장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 데 이어 다큐멘터리 영화인 ‘1984 최동원’을 관람하며 지역 정서를 공유했다.

한편 이 후보가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은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발언은 이 후보가 “한국은 미국의 지원과 협력 때문에 전쟁을 이겨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미국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 덕분에 오늘날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유일하게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며 “그런데 이 거대한 큰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뒤에 나왔다. 이 후보는 “결국 마지막에 일본이 아니라 (태평양)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6·25)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날 자리에 배석한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오소프 의원이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에 참여한 어머니의 영향 등으로 한·미·일 역사에 관심이 많고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들어서 그 얘기를 꺼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심각한 외교 결례”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처음 만난 혈맹국 의원에게조차 ‘네 탓’을 하고 반미 감정을 설교하듯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준우 대변인도 “이 후보가 유독 미국의 ‘작은 그늘’에 집중하는 건 우방국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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