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언행, 잇단 의혹…국민 50~60% “이·윤 모두 호감 안 가”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13 00:02

업데이트 2021.11.13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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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06면

역대급 비호감 대선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사진 왼쪽부터)

20대 대선에 나설 여야 후보들의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대선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유권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당장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논란 등 여야를 불문하고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잇따르면서 정치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후보들의 크고 작은 설화가 끊이질 않으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대선 이후에도 적잖은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의 비호감도는 50%를 훌쩍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6~7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60.4%,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4.6%나 됐다. 반면 ‘호감 간다’는 응답은 각각 37.9%와 43.0%에 그쳤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7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이 후보는 59.5%, 윤 후보는 56.1%의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호감도(36.8%, 40.1%)보다 16~22.7%포인트 높은 수치다.〈이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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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정제되지 않은 설화 탓 역풍도

주목할 점은 2030세대의 외면이다. 넥스트리서치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20대의 비호감 이미지가 70%대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 후보는 30대와 60대 이상에서, 윤 후보는 30대와 40대에서 50~60%의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반면 호감 이미지는 두 후보 모두 20대에서 20%대로 가장 낮았다. 최근 들어 ‘청년층=진보 성향’이란 기존 공식이 상당 부분 와해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대선후보들에 대한 20대의 비토 성향이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는 모양새다.

대선후보들의 비호감도는 이미 당내 경선 때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셋째 주 실시한 조사에서 이 후보는 60%, 윤 후보는 62%의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둘째 주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는 43%, 윤 후보는 47%의 비호감도를 보인 것과 비교할 때 7개월여 새 15~17%포인트나 급등한 셈이다. 특히 지난 3월 조사에선 두 후보의 호감도와 비호감도가 엇비슷하게 나온 데 비해 지난달 조사에서는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60%대로 치솟으면서 30% 안팎인 호감도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처럼 대선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과거 대선에선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BBK 주가 조작 사건 논란 속에서 치러진 2007년 대선의 경우 선거 한 달여 전 실시된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비호감도는 32.8%로 호감도(66.3%)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비호감도(50.5%)는 호감도(48.1%)와 엇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야 후보가 치열하게 일대일 맞대결을 벌였던 2012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일주일 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호감·비호감도 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9.8%-32.1%,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59.6%-17.2%로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크게 앞섰다.

탄핵 정국과 함께 맞이한 2017년 5·9 대선 때도 한국갤럽의 4월 셋째 주 호감·비호감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53%-40%, 안철수 후보는 52%-41%, 심상정 후보는 48%-43%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곤 모두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앞섰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 심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물”이란 분석이 적잖다. 지역과 좌우 갈등에 더해 진영 대결 양상이 심화되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거친 언행들이 후보들의 비호감 이미지를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대선마다 진영 대립은 늘 있었지만 특히 이번 대선은 진영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책과 정치 철학에 공감해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특정 후보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지지 후보를 정하다 보니 후보들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노회찬 전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보수·진보 진영 모두 감정적으로 많이 상해 있는 상황”이라며 “지지층을 다독이고 결집하기 위해 후보들의 발언과 행동도 거칠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치 지형 속에서 후보들이 ‘사이다’ 캐릭터를 선점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게 됐고, 그 와중에 ‘강성 이미지’만 고수하면 얼마든지 지지층을 붙잡아둘 수 있을 것이란 오판이 이 후보의 ‘바지 발언’이나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논란’ ‘개 사과 논란’ 등 실언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관없이 후보들이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층의 관심을 계속 끌려다 보니 정책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이미지로만 승부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도 “매운 음식을 먹다 보면 더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듯 후보들도 당장 이목을 끌 수 있는 강성 발언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행태가 중도층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잇단 스캔들로 인해 후보들이 유권자의 신뢰를 잃은 것도 비호감도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을 향해 정의·민주주의·공정을 강조한 후보들이 내로남불식 스캔들에 휩싸이자 유권자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이런 의혹들이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니면서 국민적 불신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9%가 ‘대선후보 본인의 비리 혹은 도덕성 문제’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트럼프 이후 막말도 정치 전략 간주

특히 2030 청년층의 경우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들로부터 정치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의 지난 2~4일 조사에서도 20대의 ‘의견 유보’ 응답이 41%에 달했고 이 후보 또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대학생 김희연(25)씨는 “후보들이 ‘청년 세대의 고통에 공감한다’며 경쟁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지만 당장 후보 주변을 봐도 양복을 쪽 빼입은 5060 측근들로만 채워져 있지 않느냐”며 “앞에서는 청년을 위한다고 하지만 진실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번 대선이 ‘SNS 대선’으로 불릴 만큼 후보들이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커지고 있는 것도 비호감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회사원 정모(35)씨는 “알고리즘 특성상 SNS에서는 싫어하는 정치인의 게시물도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며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선거 운동의 비중이 커지면서 각 당의 SNS 활용 빈도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올라오는 글을 보면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피로감을 느낄 때가 적잖다”고 토로했다. 윤 실장은 “이제 대선후보들에게 SNS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터져 나오면서 오히려 후보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역효과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막말의 아이콘’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60%, 클린턴 후보는 59%의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반면 호감도는 각각 37%와 38%에 그쳤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막말 논란뿐 아니라 성추문 스캔들 휩싸여 있었고 클린턴 후보도 e메일 스캔들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교수는 “비호감도 상승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다 하면서도 결국 선거에서 이긴 트럼프 사례 이후 ‘의도적으로’ 유권자의 비호감을 사는 것 또한 하나의 정치 전략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다소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대표는 “당내 경선은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대선 궤도에 본격 진입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해서라도 톤 다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지금 같은 이전투구식 다툼보다는 정책 어젠다 경쟁으로 판이 바뀌면서 비호감도를 높이는 발언이나 행동도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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