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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 사활 건 李 "민주당 부족했다"며 ‘매타버스’ 올라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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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민주당이 매우 부족했다는 국민 지적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국민이) 질책하시는 것 달게 받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일 이 말을 남긴 뒤 '매타버스'에 올라탔다.

이날은 그가 2박 3일간의 부산ㆍ울산ㆍ경남 지방순회에 돌입하는 날이었다.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전국탐방에 나선 그는 향후 8주간 매주 3~4일 일정으로 전국 곳곳에서 현장 밀착형 행보를 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매주 타는 민생 버스(매타버스) 출발 국민보고회’를 연 이 후보는 “지방 지역으로 경청 투어를 떠나는 것은 결국 같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지방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기회를 더 많이 잃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자성론으로 지방행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30 공략 투어…박스권 탈출 위해 PK 첫 방문 

이번 매타버스의 주요 컨셉은 2030세대 공략이다. 비교적 지지율이 낮은 청년 세대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에 많은 일정을 할애했다. 이 후보가 타고 다니는 버스 내부엔 MZ 세대를 초청해 대화하는 ‘MㅏZㅏ요(마자요) 토크’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또 매 순회 때마다 각 지역의 청년들과 교감하는 ‘명심 캠프’도 할 예정이다.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에 실망한 2030 세대에게 이재명의 민주당은 달라질 것이란 메시지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 민주당 점퍼를 입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이 후보가 회색 목티에 감색 코트를 입고 나타난 데 대해서도 "기존 민주당과의 차별점을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첫 순회지로 부울경(PK)을 택한 것을 두고는 "20%대 지지율 박스권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선출된 날에도 대구를 방문하는 등 이른바 '동진(東進)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영남(경북 안동) 출신이란 점을 고리로 영남 지지율 흡수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수백명 지지자 운집…청년 만나 "페미니즘이 성 평등 균형 역할"

매타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방문지인 울산엔 지지자 수백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후보가 울산중앙전통시장에 도착하기 수십 분 전부터 지지자들은 시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전국 민생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울산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방문해 털신을 구입하고 있다. 뉴스1

전국 민생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울산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방문해 털신을 구입하고 있다. 뉴스1

시장에 도착해 그가 처음 산 물품은 장모에게 줄 털 달린 신발이었다. 1만7000원짜리 신발인데, 지역 상품권(온누리상품권) 2만원으로 구매했다. 인파가 너무 몰려 혼잡이 벌어진 데 대한 사과의 뜻으로 3000원을 더 냈다. 이후 뻥튀기와 후리스 등을 더 샀다.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과 악수 요청이 계속 이어지면서, 발걸음은 더뎠다. 그래서 50여분동안 300m밖에 걷지를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민생탐방을 위해 울산 중구 중앙전통시장을 방문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민생탐방을 위해 울산 중구 중앙전통시장을 방문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이 후보는 울산시청으로 이동해 울산 지역 청년 50여명과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란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이 후보는 “지금의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매우 적은 기회를 가졌기 때문에,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저 역시 기득권 세대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있다. 국가의 대대적인 역할을 통해서 새로운 산업 전환,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공약인 기본소득을 설명할 땐 젊은 층에 익숙한 인터넷 게임을 예시로 들었다. “넷마블 게임을 하다 돈을 다 잃으면, 판돈을 다시 준다. 왜 주나”라며 “(돈이 없으면) 나가버리니깐 그렇다. 그러면 시장이 죽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생각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이 기본소득을 하자고 한다”며 “돈 쓸 사람이 없으면 전체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국민에 나눠줘야 시장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전국 민생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울산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전국 민생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울산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고등학생은 최근 이 후보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최근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대 남성에 구애하는 취지였지만, “20대 여성은 버리는 거냐”란 비판도 뒤따랐다.

이에 이 후보는 “남녀의 전 생애를 놓고 보면 여성이 너무 피해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임금도 (남성의) 60%고 승진도 잘 안 되고, 아이들 키우느라 경력 단절되면 복귀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보전해 평등하게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도 “여성도 남성도 평등하게 (지내보자)”는 차원에서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울산 시의회 3층 대회의실에서 울산 청년들과의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울산 시의회 3층 대회의실에서 울산 청년들과의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뉴시스

한 대학생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정치만 잘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머슴이 일 잘하면 되지 우아한 머슴 뽑나. 저는 일 잘하는 대리인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이 후보가 지방 균형 발전과 관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신속하게 하겠다. 속도전은 내가 전문 아닌가”라고 말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기도 했다.

울산 일정을 마친 뒤 이 후보는 부산으로 이동해 부산 BIFF 광장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의 투수로 활약했던 고(故) 최동원 선수 10주기를 기념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1984 최동원’을 관람하며 지역 정서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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