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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몸 풀자…與에선 33년간 '맞수' 이해찬 구원투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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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자신의 회고록을 준비해 최근 기초적 작업을 모두 마쳤다고 한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9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자신의 회고록을 준비해 최근 기초적 작업을 모두 마쳤다고 한다. 오종택 기자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한 등판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윤석열 대선 후보 선대위 합류 여부가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자 더불어민주당에선 ‘이해찬 등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의원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경륜과 전략에 맞대응할 수 있는 민주당 인사는 이 전 대표가 거의 유일하다”며 “만약 선거 전략에 차질이 생기거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 이 전 대표도 역할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 서울 관악을 후보로 맞붙은 이후 33년간을 ‘맞수’로 만났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였던 김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선 두 사람이 양당의 ‘선거 사령탑’으로 맞붙었는데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이 전 대표가 완승을 했다. 이번 대선서도 두 사람이 ‘캠프 전략가’로 맞붙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에선 “올드보이들의 마지막 대결”(수도권 재선)이란 말도 나온다.

“격한 반응 극도로 조심” 이재명에 조언한 이해찬

이 전 대표는 현재 민주당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상임고문은 당 원로로서 선대위에 이름을 걸쳐놓는 ‘명예직’에 가깝다. 당내엔 "이 전 대표에게 중책을 권했지만 ‘대선 초반에 내가 나서면 당내 분란이 생길 수 있다’며 사양했다”는 말도 있다.

2019년 4월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이 열린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후보가 환하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9년 4월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이 열린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후보가 환하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그는 중요한 대목에서 이미 ‘명예직’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장동 의혹’이 화두였던 경기도 국감(10월 18·20일)을 앞두고서였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이재명 후보를 돕던 자신의 측근 의원들에게 “답변 내용보다 태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야당 의원 공세에) 격한 반응을 하는 것은 조심하시는게 좋겠다”는 말을 이 후보에게 전하게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존중하는 마음에 직언보단 우회적으로 조언한 것인데 이 후보도 경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이 일자 황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를 자진사퇴하도록 설득한 이도 이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경선 레이스 초반엔 자신과 가까운 김성환·이형석·이해식·강준현 의원 등에게 “이 후보를 돕는게 좋겠다”고 권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가 김종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6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가 김종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렇게 막후 조언자나 막후 연출자로 역할해 온 이 전 대표에 대해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카드에 맞서 민주당도 뭔가 새로운 계기를 도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급 의원은 “선대위가 구성됐지만 의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선거 경험이 많은 이 전 대표가 나서서 분위기를 다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부본부장급 의원은 “비주류 출신의 송영길 대표는 당의 구심점이 되긴 아쉬운 점이 있다. ‘친노·친문’ 좌장인 이 전 대표가 나서서 지지층 분열을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이어 유시민 등판론에 “중도표 이탈” 우려도

반대로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등판이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할 것”(서울권 중진)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역할이 커진 이 전 대표가 유권자 눈에 자주 보이면 표 확장을 해야하는 이 후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에도 이 전 대표는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12일 방영된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예고편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유시민 전 이시장이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12일 방영된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예고편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유시민 전 이시장이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최근엔 이 전 대표와 함께 그와 가까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을 관둔 유 전 이사장은 민주당 중앙선대위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12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이 후보와의 대담하는 등 ‘이재명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차기 대선이 ‘49 대 51’로 다투는 총력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이 전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의 역할론이 커지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나 유 전 이사장이 대선 화두를 던질 ‘스피커’ 혹은 이 후보의 ‘멘토’로 적절히 역할한다면 표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지만 너무 나가면 후보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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