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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속 녹색 추리닝에 꽂힌 NYT "韓서 '백수' 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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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들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NYT는 11일(현지시간) 이 운동복에 담긴 한국 사회 현상을 분석했다. [사진 중앙포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들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NYT는 11일(현지시간) 이 운동복에 담긴 한국 사회 현상을 분석했다. [사진 중앙포토]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은 한국에서 백수(Baeksu)나 낙오자를 상징한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불공정 계급을 드러낸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이 입은 초록색 트레이닝복.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번호가 매겨진 초록색 운동복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창을 제공한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NYT는 '운동복 안에 한 국가가 담겨있다'(When a Track Suit Embodies a Nation)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초록색 트레이닝복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신주영 인디애나대 패션디자인학 교수는 NYT에 "초록색 운동복은 한국 현대사에서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됐다"며 "이 옷을 보고 '백수'란 개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에선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인물은 실패자로 낙인찍히거나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못 했거나, 사회 주류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로 바로 이해된다”면서 “트레이닝복은 게으름뱅이와 기생하는 삶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핼러윈 데이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옷가게에서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트레이닝복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뉴스1]

핼러윈 데이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옷가게에서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트레이닝복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뉴스1]

NYT는 한국 사회에서 '백수'란 단어는 일종의 ‘차별 상태’를 내포하기도 한다면서 2019년 아카데미영화상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예로 들었다. 주인공 기우가 고교 동창 앞에서 자신을 '백수'라고 지칭할 때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대학 진학에 좌절했던 처지가 은연히 드러난다면서다.

편경희 뉴욕 패션기술대 미술학 교수는 "2013년 개봉한 한국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주인공은 북한의 비밀 첩보원이지만 '순수한 동네 바보'인 척하는데, 이때도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다"며 "매스컴에서 체육 수업시간이 아닌데 체육복을 입은 사람은 흔히 사회 적응을 못 한 낙오자를 가리킨다"고 말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매체는 직관적으로 시각화된 패션에 함축된 상징성이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을 뒷받침했다는 해석도 내놨다. 패션 디자이너 지미니 하는 "한국 영화에서 패션은 비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장면을 반영한다"며 "오징어 게임은 파스텔톤의 운동장 세트와 잔인한 폭력이 대비되는 디자인 외에도 의도적으로 고급스럽지 않은 의상들로 (메시지 전달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NYT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은 참가자들이 입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1970년대 새마을운동 복장에서 착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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