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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1일간 자취 감췄다···차력쇼 손뼉 친 이후 무소식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년만에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12일을 기준으로 31일 동안 북한 매체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는데,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던 지난 2014년 9월 당시 39일 동안 은둔한 이후 가장 길다.

지난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 위원장은 이후 31일 동안(12일 기준)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7년만에 가장 긴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 위원장은 이후 31일 동안(12일 기준)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7년만에 가장 긴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7년 만에 가장 긴 잠행

김 위원장이 최근 가장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11일 노동당 창건 76주년(10월 10일)을 맞아 평양의 3대 혁명 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이었다. 당시 전람회에는 북한이 지난 9월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 8형' 등 무기가 전시됐다. 김 위원장이 차력쇼를 방불케 하는 군인들의 무술 시범을 보며 손뼉 치는 모습 등이 이튿날인 지난달 12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에 보도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에서 격파, 단검 피하기 등 군인들의 무술 시범을 보며 손뼉을 치며 웃는 모습. 조선중앙TV 관련 유튜브 캡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에서 격파, 단검 피하기 등 군인들의 무술 시범을 보며 손뼉을 치며 웃는 모습. 조선중앙TV 관련 유튜브 캡쳐.

정부는 이를 곧바로 이상징후와 연결하는 데는 신중한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보름 이상 공개활동을 중단한 건 지난 1월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다. 또 그는 올해 내내 이례적으로 군사 분야 현지지도에 한 번도 나서지 않았고 미사일 실험발사도 꾸준히 참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에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등이 장기간 보도되지 않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며 "공개활동 동향 등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 연합뉴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 연합뉴스.

은둔ㆍ다이어트에 불거지는 각종 설(說)

김 위원장의 잦은 잠행과 급격한 체중 감소로 인한 외형 변화 때문인지 대역설과 사망설도 최근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타블로이드 잡지 '글로브'는 김 위원장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일으킨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고, 지금은 그의 대역이 공개 석상에 대신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정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9월 일본 도쿄신문도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ㆍ9절 행사 때 김 위원장의 대역이 등장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대역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단정적으로 보고하면서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과학적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은 체중을 약 20kg 감량했으며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당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보위 여당 간사)가 전했다.

최근엔 김 위원장이 자신의 별장인 원산 초대소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원산 별장에서 지내고 있는 게 위성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요트가 원산 인근에 정박한 모습이 담긴 위성 사진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당시에도 그의 정확한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중을 140kg에서 20kg가량 감량했으며,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왼쪽 사진은 지난 3월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연설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살이 부쩍 빠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중을 140kg에서 20kg가량 감량했으며,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왼쪽 사진은 지난 3월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연설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살이 부쩍 빠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코로나19 여파..조만간 등장 가능성"

김 위원장이 7년 만에 최장 기간 은둔을 이어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공개 활동보단 비공개 행보를 이어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가 지속하는 와중에 최고지도자의 공개 활동이 줄어들면 방역을 담당하는 경호 인력의 부담도 그만큼 덜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별다른 특이 동향 없이 정치ㆍ군사 등 전반을 정상적으로 관장하면서도 동시에 역할 분담에 의한 위임 통치를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조만간 잠행을 깨고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연말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며 "평양 보통문 주변 고급주택단지 건설이나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완료될 때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고, 그 전에라도 다른 계기에 현지 지도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이후 다음 달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까지 특별한 기념일이 없어 공개 활동 중단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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