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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상추따서 고기 한쌈”…‘아파트 농부’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에서 식물을 키우려는 홈가드닝족이 늘면서 가전업체들이 속속 식물 재배용 가전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자동식물재배기인 '틔운'을 공개했다. 사진 LG전자

집에서 식물을 키우려는 홈가드닝족이 늘면서 가전업체들이 속속 식물 재배용 가전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자동식물재배기인 '틔운'을 공개했다. 사진 LG전자

“거실에서 상추, 청경채를 직접 키워 요리하니 재미도 있고, 한 끼의 의미가 달라지더라고요. 마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달까요?”

워킹맘 전혜빈(39)씨는 올해 구입한 식물재배기로 집콕 생활의 지루함을 덜었다. 직접 기른 채소와 허브로 파스타, 쌈 등을 요리하니 가족 간 대화거리가 생기고, 아이들도 채소를 곧잘 먹게 됐다. 전씨는 “자급자족하는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몇 년 전 주말농장도 다녀봤지만, 자주 방문하지 못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는데 집에서 벌레 걱정 없이 채소를 재배하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거주위한 ‘슬기로운 농경 생활’

식물재배기로 쌈채소뿐 아니라 꽃까지 재배할 수 있다. 사진 LG전자

식물재배기로 쌈채소뿐 아니라 꽃까지 재배할 수 있다. 사진 LG전자

코로나19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홈가드닝(가정원예)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재미뿐 아니라 양질의 먹거리도 확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채솟값이 치솟으면서 ‘파테크(파 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다만 아파트에 사는 이들에게 골프선수 박세리 또는 가수 샤이니 키의 옥상 또는 테라스 텃밭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러한 수요를 포착한 대기업들이 식물재배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실내에서 채소와 꽃, 허브 등을 재배할 수 있는 가전 ‘LG 틔운’을 출시했다. 높이 81.5㎝, 너비 59.5㎝정도로 소형 냉장고보다 살짝 큰 정도다. 내부에 씨앗 패키지를 넣어두면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통해 자동으로 적정 온도를 맞춘다. 주기적으로 내부 물탱크만 갈아주면 계절과 관계없이 채소(상추·겨자채·청경채 등)는 4주, 허브는 6주 만에 수확이 가능하다. 꽃은 8주면 개화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상추·시금치·깻잎 등 엽채만 키울 경우 3~4인 가구가 일주일에 2~3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도 식물재배기 출시 예정

식물재배기에서 꽃을 수확해 꽃병에 꽂거나 말려서 드라이플라워로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LG전자

식물재배기에서 꽃을 수확해 꽃병에 꽂거나 말려서 드라이플라워로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LG전자

삼성전자도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CES2020(세계 가전전시회)에서 양문형 식물재배기 ‘비스포크 플랜트’를 공개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레르기 유무를 선택하면 적합한  씨앗 패키지를 고를 수 있다. 식물에 미스트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물을 뿌리며, 식재료를 보관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SK매직도 지난해 9월 가정용 스마트 식물재배기 스타트업 ‘에이아이플러스’를 인수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실제로 식물재배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실내 농업 시장은 연평균 9.4%씩 성장해 지난해 145억 달러(약 17조원)에서 2026년 248억 달러(약 29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 더 빠르다. 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는 국내 식물재배기 시장이 2019년 100억원에서 2023년 5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피로 씻는 싹트기 관찰 놀이  

교원 웰스는 2017년 8월 ‘웰스팜’을 출시한 후 올해만 1만7000대 가량을 판매하며 누적 판매량이 4만대를 돌파했다. 4년간 전체 누적 판매량 중 40%가량을 올 한 해 판매한 것이다. 사진 교원

교원 웰스는 2017년 8월 ‘웰스팜’을 출시한 후 올해만 1만7000대 가량을 판매하며 누적 판매량이 4만대를 돌파했다. 4년간 전체 누적 판매량 중 40%가량을 올 한 해 판매한 것이다. 사진 교원

이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내년 트렌드로 지목한 ‘러스틱(시골) 라이프’와도 맞닿아 있다. 대도시의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시골이 주는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전원에서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 더욱 호기심과 동경이 크다.

이 때문에 식용이 아닌 애완 또는 반려용으로 식물재배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직장인 한지나(32)씨는 “평소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화분에서 씨앗을 발아시키는 과정은 손도 많이 가고 굉장히 어렵다”며 “식물재배기를 침대 옆에 협탁처럼 두고 싹이 트는 모습을 관찰하니 심신이 안정되고 그날의 업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본전 뽑겠다?”…삶의 질 향상 개념

LG전자는 'LG 틔운'에서 성장한 꽃과 식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감상하도록 'LG 틔운 미니'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LG전자

LG전자는 'LG 틔운'에서 성장한 꽃과 식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감상하도록 'LG 틔운 미니'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LG전자

이들이 식물재배기를 구입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관점과는 다르다. 상추를 몇 번 따먹으면 기깃값의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손익 계산이 아니라 다소 비싸더라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갖고 싶다는 얘기다.

전혜빈씨는 “종종 마트에서 채소를 사 먹지 굳이 왜 사서 고생이냐고 묻는 이들이 있는데 싱싱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즐거움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사 온 채소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들기 전에 급하게 해치우는 것과 갓 딴 상추를 강된장과 함께 먹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반려 식물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키우고 싶은 본능은 있는데 온도·습도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기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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