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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지지율 64%였던 '이대녀'…李·尹 사이 17%가 갈 곳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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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때 20대 여성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었다. 문재인 정부 2년차였던 2018년 12월 10~14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3.5%로 모든 연령·성별 구간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29.4%로 가장 낮아, ‘이대녀’(20대 여성)와 ‘이대남’(20대 남성)의 성향차가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20대 여성은 여전히 여권의 믿을만한 지지세력일까. 대선 후보 지지율을 보면 답은 ‘아니오’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18·19세 포함)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26.2%,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31.5%를 기록했다.

주요 대선 후보 20·30대 성별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요 대선 후보 20·30대 성별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박원순 사건으로 지지 유지할 수 없어”

전문가들은 ‘20대 여성=민주당 지지’ 효과가 이미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1일 “문 대통령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면서 2017년 대선 때 여성들이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행 사건에서 여권이 보여준 행태에서 젊은 여성들은 지지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8년 11월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중 80.2%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할 정도로 20대 여성은 젠더 이슈에 관심이 높다. 하지만 여권은 박 전 시장 사건 등에서 성추행 가해자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여권 지지층에서 이탈했고, 최근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여성 지지율은 40.0%로 전체 평균(36.4%)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의 행보도 20대 여성 지지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여성가족부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페이스북에서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공유하는 등 2030세대 남성에게 더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또 이 후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설도 여성들의 반감을 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 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넷볼'(영국에서 농구를 모방해 만들어진 여성 전용 스포츠) 경기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 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넷볼'(영국에서 농구를 모방해 만들어진 여성 전용 스포츠) 경기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연합뉴스

“20대 여성, 이번 대선서 가장 소외”

그렇다고 20대 여성이 윤석열 후보에게 쏠려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작은 수준이다. 윤 후보는 ‘쩍벌’ 이미지가 생긴데다 “저출산은 페미니즘 탓” 등의 발언이 20대 여성층의 반발을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은 지지할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더 맞는다. 리얼미터의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와 ‘잘 모름’ 답변을 합한 부동층 비율은 20대 여성이 17.1%로 가장 높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계층”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양성평등 정책이 왜곡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대 양당 후보 누구도 그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반대급부로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얻기 위한 여가부 폐지와 같은 공약만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청년의날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청년의날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내년 3월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표는 결국 어디로 향할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확인했듯이, 거대 양당 외에 대안을 찾는 20대 여성들의 투표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소수정당 지지율은 15.1%나 됐다. 모든 성·연령 중 가장 높았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20대 여성의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14.9%로 다른 성·연령에 비해 가장 높았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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