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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그 예쁜 남자…25세 샬라메 "스타배우? 그건 곧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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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의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 워너 브라더스, AP=연합뉴스

영화 '듄'의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 워너 브라더스, AP=연합뉴스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건 어렵다. 외모로 보자면 남자인데도 ‘예쁘다’는 말이 어울리고, 커리어로 보자면 블록버스터에도 자주 출연하지만 예술영화로도 사랑받는다. 이름부터가 제대로 발음하자면 영어식 ‘티모시(TImothy)’가 아닌 프랑스어 ‘티모테(Timothée)’다. 구글링을 하면 ‘샬라메 이름 제대로 발음하는 법’ 유튜브 동영상도 여럿 뜰 정도. 어머니는 브로드웨이 배우 출신 미국인지만 아버지가 유니세프에서 일했던 프랑스인이라는 배경 때문이다.

올해 25세인 샬라메의 주가는 정점을 찍는 중이고, 그 인기 고공비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신작인 영화 ‘듄’은 팬데믹을 뚫고 흥행 순항 중이다. 국내에서도 ‘위드 코로나’ 이전인 지난달 중하순 개봉해 현재 100만명이 넘는 극장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그는 최근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영화 ‘듄’에 대해 “1965년작인 소설 원작이 지금도 유효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큰 것 같다”며 “환경을 돌보지 않고 착취하는데 따를 후과, 그리고 식민주의 및 기술 발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내한해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샬라메. 자신의 한국어 이름이 명찰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송봉근 기자

2019년 내한해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샬라메. 자신의 한국어 이름이 명찰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송봉근 기자

타임은 샬라메에 대해 “필모그래피만 보면 예술영화계의 총아이지만 ‘듄’과 같은 블록버스터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존재”라고 평했다. 샬라메 본인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내릴까. 그의 답은 이렇다. “나는 그냥, 배우에요. 연기자일뿐이죠.”

샬라메는 연기에 진심이다. 뉴욕의 유명한 예술고등학교인 라과디아 고교를 다닌 뒤 컬럼비아대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했지만 얼마 안 가 자퇴를 결심한 것도 연기에 대한 열정 떄문이었다고. 컬럼비아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스케줄이 가능한 뉴욕대(NYU)에 진학했지만 아직 학위는 따지 않은 상태다. 샬라메는 “대학을 마치지 않은 건 미친 짓(insane)이었다”고 타임지 기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25세에 벌써 꿈을 얼추 다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은 불안의 시대였다. 그는 타임에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건 엄청 많은데, 그걸 보여줄 플랫폼이 없었다”며 “그 불안감이 내 영혼을 갉아먹는 듯 괴로웠다”고 말했다.

괴로웠지만, 인내했다.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역이 올 때까지 다양한 오디션을 계속 봤다고 한다. 타임은 “드라마 시리즈 출연 기회는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며 “당장 인기는 얻을 수 있지만 수 년 동안 계약에 얽매이기 때문에 다양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샬라메는 타임에 “드라마 출연 기회가 많았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부연하며 “쉽진 않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인내심은 보상 받았다. ‘인터스텔라’ 등 조연으로 시작해 조금씩 존재감을 더해가던 그는 인생작을 만난다. 2017년 개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10대 소년이 20대 청년에게 이끌리며 겪는 복잡다단한 첫사랑의 감정을 표현해냈다. 이 영화로 그는 바로 스타덤에 올랐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노미네이트 됐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사진=소니픽쳐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사진=소니픽쳐스

이후 ‘작은 아씨들’의 로리 역부터 우디 앨런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으로 연기력 인정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쥔다. 우디 앨런이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샬라메는 출연료를 전액 기부하며 앨런을 ‘손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앨런 감독 측이 샬라메를 두고 “영화에 출연시켜줄 때는 가만히 있더니 나중에 난리를 친다”고 공격하면서 논란도 일었다.

중요한 건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샬라메가 특유의 세련되고 여리고 감수성이 풍부하면서도 개성이 있는 인생 캐릭터를 연기해냈다는 점이다. 그가 쳇 베이커의 명곡 ‘내겐 온갖 일이 다 일어나고야 말지(Everything Happens to Me)’를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2분은 영화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다.

우디 앨런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 장면.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우디 앨런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 장면.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타임은 샬라메에 대해 “깨지기 쉬운 듯한 연약함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정작 샬라메 본인은 조심스럽고도 신중한 면이 있다. 그는 타임에 “내가 대중에 의해 어떻게 소비되는지에 대해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며 “내가 인스타그램 등에서 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고를 때도 굉장히 조심한다”고 말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화려한 셀피는 없다. 샬라메는 타임에 “지적이지 않은, 바보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며 “나에겐 운이 따랐고, 훌륭한 이들이 준 소중한 충고를 잘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충고 중 하나는 뭘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타 배우라는 말은 곧, 죽음과 같다는 것.” 인기에 취해 성장을 멈추는 스타이기 보다, 인기를 끌지는 못하더라도 성장하는 배우이고 싶은 이가 샬라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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