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러브 어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엠마누엘 무레 감독의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이하 ‘러브 어페어’)은 수많은 관계를 교차시키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연애들’을 보여준다. 달콤한 로맨스는 아니다. ‘러브 어페어’는 남녀 관계의 일반적 규칙 밖에 있는, 어쩌면 로맨스의 카오스를 보여주는 영화다. 막심(닐스 슈나이더)과 그의 사촌형수 다프네(카멜리아 조르다나)가 천일야화처럼 늘어놓는 이야기가 중심 서사인데, 예컨대 이런 식이다.

막심에겐 빅투아르(줄리아 피아톤)라는 애인이 있지만 그는 유부녀다. 빅투아르의 의붓동생 상드라(제나 티암)는 막심의 친구인 가스파르(기욤 고익스)와 연인 사이다. 막심의 사촌형 프랑소와(뱅상 마케뉴)는 다프네와 결혼하기 전 루이즈(에밀리 드켄)라는 여성과 부부 관계였고, 루이즈는 스테판(장-밥티스테 아누몽)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영화이장면

그영화이장면

이게 전부가 아니다. 쉽게 파악되지 않는, 불륜과 연애와 사랑과 욕망과 윤리가 뒤엉킨 이 영화의 거미줄 같은 인간관계는 도표로 그려야 할 정도인데, 그 본질을 압축한 한 장면이 있다. 가스파르와 키스하면서 한 손은 막심을 잡고 있는 상드라의 모습이다. 상드라는 연인의 친구인 막심과 내연 관계가 되고, 세 사람은 이중 연애라는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견딜 수 없는 불안함. ‘러브 어페어’는 바로 그 감정 상태를 세 사람의 뒷모습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