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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오수 검찰총장의 부적절한 처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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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오수 검찰총장이 10월 18일 국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김오수 검찰총장이 10월 18일 국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포렌식 보고 받고 승인은 안 했다” 궤변

김만배·남욱 구속만료 앞두고 돌연 휴가

대장동 사건에 대한 불만이 여야 모두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이 갑자기 휴가를 떠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수사 의지와 능력까지 의심 받아 온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도 시원찮을 시점에 김 총장이 엉뚱하게 휴가를 떠난 것은 부적절하다. 검찰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셈이다.

김 총장은 지난 10일 오후부터 12일까지 갑자기 휴가를 냈다. 대검에 따르면 김 총장은 10일 오후 치과에서 이를 뽑는 발치 치료를 위해 반차를 냈다. 당초 김 총장은 주말을 포함해 12~15일 휴가를 가기로 했는데 치과 치료 때문에 일정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대통령도, 검찰총장도 필요하면 휴가를 쓸 수 있다. 문제는 휴가를 낸 시점이다. 9월 23일 착수한 대장동 사건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 총장이 논란의 주인공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불쑥 휴가를 내다 보니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뜨겁다.

김 총장과 출입기자들의 갈등은 대검 감찰부의 대변인 휴대전화 포렌식을 놓고 불거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해 서인선 대검 대변인으로부터 업무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해 포렌식을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검찰이 언론 취재까지 검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찰부는 윤석열 총장 시절 대변인을 지낸 현직 검사들의 현장 참관도 없고, 영장도 없이 포렌식을 밀어붙여 비난을 자초했다.

각 언론사 법조팀장들로 구성된 대법원 기자단은 지난 9일 오후 총장 집무실을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김 총장은 기자단에 “(포렌식) 보고는 받았지만 승인은 하지 않았다. 감찰 착수와 결과만 보고 받고 승인이나 지시는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 총장의 이런 발언은 책임 회피성 궤변이다. 검찰 내에서 “김 총장이 한동수 감찰부장의 직권남용에 관여한 셈이다” “총장이 승인을 안 했다는 발언은 비겁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 총장이 휴가를 낸 사실은 지난 10일 오후 기자단이 재차 총장 집무실을 항의 방문하기 직전에 공개됐다. 김 총장이 치과 치료를 이유로 자리를 비울 핑계를 만들었다는 의심을 샀다. 김 총장이 황당한 처신을 하는 와중에 대장동 수사 지휘부도 어수선하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 수사팀 주임검사(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장)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이다.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김태훈 4차장은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지난 8일부터 사흘간 휴가를 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남욱 변호사의 구속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검찰 수사의 동력은 떨어지고 있다. 국민이 검찰을 지켜보고 있다. 검찰의 명예가 걸린 고비인데, 정작 검찰총장은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