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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이코노미’의 복수? 미국 물가 31년래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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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컨테이너 트럭들이 긴 줄을 서 있다. 물류란과 원자재 값 급등에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가 31년 만의 최고치인 6.2% 올랐다.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컨테이너 트럭들이 긴 줄을 서 있다. 물류란과 원자재 값 급등에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가 31년 만의 최고치인 6.2% 올랐다. [AP=연합뉴스]

공급망 대란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충격이 심상치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경제동향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이주열

이에 앞서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2% 올랐다고 발표했다. 1990년 11월(6.3%)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자, 6개월 연속 5%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이 내놓은 시장 예상치(5.9%)보다도 높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물가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최우선 사안”이라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대책과 조치를 주문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이번 회복기는 과거에 본 적 없는 공급 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 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며 “과거와 달리 수요측 요인 뿐 아니라 공급요인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공통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공급 병목 현상이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상황이 ‘올드 이코노미(old economy·구체제 경제)의 복수’라고 진단한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수석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올드 이코노미의 생산력이 감소해 공급망 대란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소득 양극화로 인한 저소득층 수요 감소로 올드 이코노미의 수익은 줄었다. 이에 더해 선진국 중심의 ‘뉴 이코노미’ 등의 친환경 정책 강화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올드 이코노미의 생산력은 지난 10년간 약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망 대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노동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노동부]

Fed가 통제력을 상실하면 1970~80년대의 ‘초인플레이션’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다. 60년대 2% 안팎이던 물가상승률은 70년대 후반 6%대, 82년 초 7.6%까지 올랐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노동력 부족과 기록적인 집값 및 국제유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부양책 등이 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여준다”며 “Fed의 대처가 늦으면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11월 CPI가 7%에 육박할 수 있다는 예상이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월 CPI는 전년 대비 6.8%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지난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의 영향을 받아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한 데 비해 한 발짝 물러섰지만, 인플레이션이 곧 끝날 것이라는 입장을 거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Fed의 부담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톰 그라프 채권 부문 대표는 “Fed가 테이퍼링을 이번 겨울에 끝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이 이미 지난 10월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물류 운임의 척도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달 말부터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거스 포셔 PNC파이낸셜서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BDI 하락은 공급 대란이 최악을 벗어났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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