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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는 조선의 모험가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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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영화 ‘탄생’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감독 박흥식, 배우 이호원, 윤시윤, 안성기, 이문식, 정유미, 송지연, 임현수 . [뉴시스]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영화 ‘탄생’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감독 박흥식, 배우 이호원, 윤시윤, 안성기, 이문식, 정유미, 송지연, 임현수 . [뉴시스]

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 김대건(1821~1846)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영화 ‘탄생’이 제작된다. 평등사상과 박애주의를 실천하다 25세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 일대기를 담은 첫 영화로, 총제작비 150억원의 대작이다. 배우 윤시윤이 김대건 신부로 주연하고, 안성기가 15세 소년 김대건의 마카오 유학길을 이끈 역관 유진길을 연기한다. 영화 ‘경의선’, ‘역전의 명수’의 박흥식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았다.

이달 말 첫 촬영을 앞두고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이들을 비롯해 염수정 추기경, 오세훈 서울시장, 황명선 논산시장, 김홍신 작가,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축사를 한 염수정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님은 신앙인일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놔도 만나기 힘든 분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적 인물에 선정할 만큼 뜻깊은 분이다.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인의 마음에 와 닿는 뭔가가 ‘탄생’을 통해 표현되고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9년 11월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축사를 통해 “이 영화를 통해 김대건 신부님의 거룩한 희생정신이 우리 마음속에 다 함께 자리해서 대한민국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도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건 신부 초상화

김대건 신부 초상화

‘탄생’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대주교 제안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를 본 그가 이 작품에 전액 투자한 건축가 남상원 회장에게 김대건 신부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 유 대주교는 영상 축전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김대건 신부의 이웃에 대한 형제애, 평등사상, 새로운 미래를 향한 모험과 희망은 오늘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며 “25년 26일의 짧은 지상 생활을 사셨던 김대건 신부는 전 세계 젊은이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 참삶의 가치를 줄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흥식 감독은 “조선의 근대를 열어젖힌 선각자이자 모험가로서 김대건 신부를 재조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천주교 밖에서는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고, 천주교 안에서는 첫 번째 신부이고 순교했다는 것만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여왔다”며 “(청년 김대건은) 조선인 가운데 처음 서양 언어를 배우고 체계적인 서양 교육을 받아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된 사람”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제작진은 프리 프러덕션 단계부터 김대건 신부의 첫 포교지인 강경·논산 지역을 중심으로 철저한 자료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간 가려졌던 면모를 밝혔다. 또 여러 신학자와 한국국학진흥원 등의 자문을 받았다. 중국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가 나룻배 ‘라파엘호’를 타고 서해 백령도를 거치는 해상입국로를 개척한 여정은 시각 특수효과와 실사 촬영을 병행해 구현할 계획이다.

골프 영화 ‘백프로’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윤시윤은 “200년 전 신앙과 시대를 앞서갔던, 자유와 평등이란 기치를 내건 인물 김대건을 보여드리려 한다”며 “영광스럽고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유진길은 사실 큰 역할은 아니지만 제가 신자이기 때문에 의무감을 갖고 했다. 시나리오가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극장 개봉은 내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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