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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 행보' 美 동아태 차관보...中 겨냥 "규범 기반 질서" 강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차관보가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외교ㆍ안보 당국자뿐 아니라 경제 부처 고위 당국자와 차기 대선 후보를 두루 만났다. 특히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언급해 중국에 대항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뉴스1.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뉴스1.

"규범 기반 질서 증진"...중국 견제 시사

일본을 거쳐 지난 10일 입국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11일 오전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의 양자 협의 뒤 업무 오찬을 함께 했다. 양측은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 방안 등 한반도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후 변화, 코로나19 대응 등 한ㆍ미 동맹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이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ㆍ미 동맹은 시급한 세계적 도전 과제들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며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오늘 여승배 차관보와 만나 양국 간 동맹이 인도태평양과 그 외의 지역에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속해서 증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는 가치외교를 표방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과 우방을 결집할 때 자주 쓰는 용어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미 국무부에서의 27년 경력 중 24년간 아시아 관련 업무를 맡았으며 대표적인 중국 통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취임 뒤 첫 순방지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찾아 대중 견제 메시지를 부각하며 동맹 결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양자 협의를 위해 만나 팔꿈치를 맞댄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양자 협의를 위해 만나 팔꿈치를 맞댄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대선 후보ㆍ경제 관련 인사 면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방한 일정에서 눈에 띄는 건 경제 외교 관련 행보다. 그는 오후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예방 뒤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별도로 면담했다. 통상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방한 시 정무 파트 혹은 한반도 라인 당국자와 면담이 주가 되는데,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외교부에서 경제 외교를 총괄하는 차관보급 인사인 경제외교조정관을 따로 만나 공급망 이슈 등을 논의한 것이다.

이날 면담과 관련해 외교부는 "빈발하는 글로벌 수급 교란 등 경제안보 문제에 함께 대처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5일 중국의 요소 수출 전 검사 의무화 조치로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진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또 한ㆍ미가 공급망, 핵심기술, 백신, 기후변화 대응 등 여러 방면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평가했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그는 이날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와도 별도의 면담을 가졌다. 미 국무부 인사가 이례적으로 산업부 고위 관계자와 회동하는 데 대해 미국이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동맹의 규합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면담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양측이 지난 5월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진행 중인 양국 간 공급망 협력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며 "지난달 31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 글로벌 공급망 관련 정상회의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 원칙과 필요성에 공감했음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정 차관보는 미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자료 요청과 철강 232조 등 최근 한ㆍ미 간 현안에 대한 한국 측 입장도 전달했다고 한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만났다. 이 후보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에게 "앞으로 한ㆍ미 동맹이 경제 동맹으로 또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계속 성장ㆍ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제가 가진 목표는 한가지"라며 "이 지역(한국)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신호를 주겠다"고 화답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오는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도 만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악수하는 모습.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악수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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