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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사태 남의 일 아니네"…K-배터리, 광산투자·합작 강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발 요소수 부족 사태에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국내 업체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주된 원료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다.

2차 전지 주원료 80% 이상 中 의존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올해 1~9월 수입량은 중국산이 총 3만1498t으로 전체의 81.9%를 차지했다. 가격으로 따지면 약 3억6370만 달러(약 4313억원)로 83.5%에 해당한다. 2018년에는 66.9%였고, 지난해 79.1%였는데 올해는 의존도가 더 커졌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의 재료다. 니켈ㆍ코발트ㆍ망간 등을 적정 비율로 배합해 전구체를 만들고 여기에 수산화리튬을 섞으면 양극재가 완성된다. 코발트의 경우에도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수산화코발트는 2018년 52.4%에서 지난해 88.5%로, 황산코발트는 49.6%에서 81.5%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원통형 배터리(사진 왼쪽)와 파우치형 배터리(가운데), 각형 배터리. [사진 배터리전문사이트 플래시배터리]

원통형 배터리(사진 왼쪽)와 파우치형 배터리(가운데), 각형 배터리. [사진 배터리전문사이트 플래시배터리]

배터리 재료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원가경쟁력 때문이다.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하던 롯데정밀화학이 2011년 생산을 중단했던 이유와 같다. 전기차 생산과 판매에서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배터리 수요가 많다 보니 배터리 원자재 생산 기업들이 많이 생겼고 인건비 등 가공비도 낮은 강점을 갖게 됐다.

현지 합작회사, 광산 투자로 리스크 줄여    

하지만 요소수 사태처럼 배터리 업계에 원자재수급난이 닥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배터리완제품 및 재료 제조사들의 판단이다. 완제품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원자재 업체들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놓고 있다”며 “장기공급계약을 해놓은 상황이라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공급이 문제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물류상황 악화 등으로 인한 배터리 수급 차질이나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현지 업체들과 합작회사를 통해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 리튬 생산 공장 기공식 장면. [사진 포스코]

포스코 리튬 생산 공장 기공식 장면. [사진 포스코]

원자재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포스코다. 이 회사는 호주 리튬광산 기업 필라바 미네랄스와 합작투자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국내 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 계약에 따라 포스코는 수산화리튬 추출에 필요한 리튬 광석을 필라바에서 연간 31만5000t씩 공급받기로 했다. 또한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19만6000㎡ 부지에 총 7600억원을 투자해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했다. 연간 4만3000t 규모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는 전기차 100만대분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이다. 앞서 포스코는 호주 광산과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등에 투자해 리튬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중국 ‘그레이트파워 니켈 & 코발트 머티리얼즈’ 의 유상증자에 350억원을 투자해 지분 4.8%를 확보했다. 앞서 8월에는 호주의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와 장기 구매 계약을 맺어 2024년 하반기부터 6년간 니켈 7만1000t, 코발트 7000t을 공급받게 된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약 13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7월에는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QPM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20억원을 투자, 지분 7.5%를 인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 모기업 LG화학은 지난 2018년 중국 리튬업체인 간펑리튬 지분 1.2%를 매입하고 7년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원자재 확보 다변화, 친환경 공법 개발해야" 

SK온은 중국 1위 양극재업체인 BTR 및 EVE에너지와 함께 양극재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SK 지분이 약 25%이다. EVE에너지와는 옌청1공장과 허이저우에서 합작회사를 설립해 배터리 제조도 하고 있다. 특히 SK는 배터리 양극재 포함된 수산화리튬 형태를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김우경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센터 팀장은 “사용하고 남은 폐배터리에서 공업용 저순도 리튬이 아닌 고순도 리튬 회수 기술로, 수산화리튬을 직접 회수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시험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5년 이후 미국, 중국, 유럽에 3개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리튬 광산 투자와 같은 원재료 확보는 물론 친환경 공법 개발을 통해 환경문제까지 고려한 배터리 부속품 생산 기술을 더 확대해 중국에 집중된 원자재 공급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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