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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이강철 VS 여우곰 김태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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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철인'과 곰의 탈을 쓴 '여우'가 가을 최고의 무대에서 격돌한다.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55) 감독과 두산 베어스 김태형(54) 감독 얘기다. KT와 두산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를 시작한다. 2018년 두산에서 감독(김태형)과 수석코치(이강철)로 호흡을 맞춘 두 사령탑이 진검승부를 펼칠 무대다.

지난해 PO에 이어 올해 KS에서 맞붙게 된 KT 이강철 감독(오른쪽)과 두산 김태형 감독. 중앙 포토

지난해 PO에 이어 올해 KS에서 맞붙게 된 KT 이강철 감독(오른쪽)과 두산 김태형 감독. 중앙 포토

두 감독은 걸어온 길이 다르다. 이강철 감독은 1990년대 최강팀 해태 타이거즈의 에이스였다. 역대 잠수함 투수 최다승(통산 152승)과 타이거즈(해태·KIA) 프랜차이즈 최다승 기록을 보유했다. 다만 은퇴 후 프로 감독에 오르기까지는 경력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KIA,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두산을 거치면서 13년간 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2019년 KT 감독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첫해부터 묵은 한을 풀었다. 팀 창단 최초로 승률 5할(71승 2무 71패)에 도달했다. '만년 최하위' KT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 시즌이다. 취임 2년째인 지난 시즌엔 정규시즌을 2위(승률 0.566·81승 1무 62패)로 마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져 KS 진출에 실패한 거다. 첫 시련을 맛본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의미를 찾았다.

실제로 KT는 올 시즌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수시로 '팀 KT'를 강조하면서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고, 투수 출신답게 빈틈없는 마운드를 구축해 위기를 돌파했다. 1년 전 문턱까지 갔다가 아쉽게 돌아섰던 KS에 올해는 가장 먼저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KT와 만나게 된 상대는 '또' 두산이다. PO에서 정규시즌 2위 삼성을 꺾고 리그 최초로 7년 연속 KS에 진출했다. 그 7번 모두 김태형 감독이 두산을 지휘했다.

선수 시절 평범한 포수였던 김 감독은 프로 사령탑이 된 2015년부터 숨은 재능을 터트렸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승부사 기질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빠른 두뇌 회전에 지난 6년의 경험까지 쌓이니, 단기전에선 적수가 없었다. 외국인 선발 2명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도 국내 선발 셋(최원준, 김민규, 곽빈)과 롱 릴리프 둘(이영하, 홍건희)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을 무너뜨렸다. '가을야구 초보'인 홍원기(키움 히어로즈), 류지현(LG 트윈스), 허삼영(삼성) 감독을 차례로 물리치고 다시 이 감독 앞에 섰다.

유리한 쪽은 역시 KT다. 정규시즌 종료 후 충분히 휴식했고, 베스트 멤버도 그대로다. 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올라온 두산은 마운드 피로도가 높다. 2승이면 충분했던 앞선 시리즈들과 달리 4승을 올려야 하는 KS 일정도 부담이다. 하지만 정반대 변수도 있다. 어깨 통증 문제로 가을야구에서 사라졌던 두산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KS에 출격한다. 이 순간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지 않고 잠실에서 훈련해왔다. 코로나19와 날씨 탓에 KS 준비에 애를 먹은 KT는 시리즈 초반 타자들의 경기 감각이 문제다.

어느 쪽이든 이번 KS는 '질 수 없는' 무대다. 올 시즌의 진짜 주인공을 가릴 시간이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도 "선수들 모두 지난해 PO에서 두산을 상대해봤으니 올해는 멋진 승부가 기대된다. 정규시즌 1위의 자부심을 갖고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KT는 투수진이 좋다. 단기전에선 마운드가 좋은 팀이 유리하다"고 경계하면서도 "7년 연속 KS 진출은 기록에 불과하다. 2등은 서글프고, 1등을 해야 의미가 있다"며 우승에 대한 열의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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