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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고통 호소도 못해"… 21개월 원생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

중앙일보

입력

생후 21개월 된 원생을 재우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11일 생후 21개월된 원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전 중구의 어린이집 원장 A씨(50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형사11부는 11일 생후 21개월된 원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전 중구의 어린이집 원장 A씨(50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11일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54·여)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 10년과 아동학대 재범 예방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징역 9년·취업제한 10년 선고

A씨의 학대 행위를 보면서도 이를 방관한 혐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방조)로 기소된 보육교사 B씨(48·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취업제한 5년, 아동학대 예방교육 40시간 수당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만 1세인 피해자를 억지로 재우기 위해 엎드린 채로 이불을 덮고 두 발을 올려놓으면서 숨지게 했다”며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 사망했고 유족은 앞으로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8월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든 것으로 판단해 방치하고 질식사하게 했다”라며 “숨진 피해자뿐만 아니라 35차례에 걸쳐 다른 원생들도 학대하고 뺨을 때리는 등 위험한 상황(사망)에 부닥칠 가능성이 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B씨)은 A씨의 동생으로 (원장의 행동이) 학대인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직접 학대행위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원장의 학대를 보고도) 방치한 것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아이 재운다며 이불로 덮고 다리 올려 압박 

A씨는 지난 3월 30일 오후 1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대전시 중구 어린이집에서 C양(당시 21개월)을 이불 위에 엎드리게 한 뒤 팔과 다리 등으로 몇 분간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A씨는 “잠을 자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11일 생후 21개월된 원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전 중구의 어린이집 원장 A씨(50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형사11부는 11일 생후 21개월된 원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전 중구의 어린이집 원장 A씨(50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선고 직후 C양 유족 변호인은 “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구형보다 낮은 선고가 이뤄진 것과 보육교사가 집행유예를 받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유족과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족 "선고 납득 못 해, 항소 검토할 것"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아이 몸에 위에 올라가 압박하는 방식으로 잠을 재우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학대 행위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다”며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결심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C양의 유족은 “폐쇄회로TV(CCTV)에는 우리 아이가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는 장면이 찍혔는데 생전에 가장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살고 싶어서 지금이라도 집에 가고 싶은 발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법원이 생후 21개월된 원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전 중구의 어린이집 원장 A씨(50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뒤 피해자 유족 변호인이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진호 기자

법원이 생후 21개월된 원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전 중구의 어린이집 원장 A씨(50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뒤 피해자 유족 변호인이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진호 기자

C양 유족은 수사과정에서 경찰에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아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장 A씨가 C양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압박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아동학대 연차보고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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