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공급 병목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 당분간 지속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자 측 물가압력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공급 병목 현상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번 회복기는 과거에 본 적 없는 공급 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 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며 “과거와 달리 수요 측요인 뿐 아니라 공급요인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빠른 백신 보급과 전례 없는 정책지원으로 수요가 강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일부의 생산·물류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확산돼 공급 부족 현상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공통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급 병목이 전 세계적으로 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현상이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의 영향을 받아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9월 FOMC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한 데 비해 한 발짝 물러났다.

이 총재는 최근 경기 흐름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3분기 성장이 글로벌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다”며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코로나로의 방역정책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며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10월 중순 이후 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의 소비 개선세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도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긴 하였으나 기조적으로는 경제활동 정상화가 이어지면서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은 이 총재와 이환석 부총재보, 삼성경제연구소장 등 거시경제전문가 7명이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과 내년 전망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