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반려견. 하지만 주인 모르게 집안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 있다. [셔트스톡]](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1/11/cefcf71a-3848-4ba5-a588-a70876034192.jpg)
귀여운 반려견. 하지만 주인 모르게 집안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 있다. [셔트스톡]
강아지 때부터 함께 생활해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반려견이 어느 날부터 이상한 행동을 했다. 집안에서 징징거리고 안절부절못하는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산책하러 나가면 상태가 좋아졌는데, 산책 후에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텼다. 개 주인은 원인을 찾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았고, 수백만 원을 썼지만, 의학적인 문제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결국 개 행동 컨설턴트와 상담했다. 개 주인에게 많은 질문을 쏟은 끝에 컨설턴트는 마침내 원인을 찾아냈다.
몇 달 전 집에 초고주파가 나오는 해충 퇴치 장치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해충 퇴치 장치를 끄자 개는 즉시 긴장을 풀기 시작했고, 다음 며칠 동안 정상적인 행동을 회복했다.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고주파가 개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이다. 사람보다 청각이 예민한 반려견들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소음에도 불안·두려움 같은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 소음에 대한 인식 조사

지난 9월 경기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옥상정원에 꾸며진 펫파크 '흰디 하우스'에서 반려견이 키를 재는 모습. 반려견 크기에 따라 나눈 놀이터에서 목줄을 풀고 놀 수 있다.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연구팀은 9일(미국 현지 시각) 수의학 관련 저널(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서 "개들이 가정 내 소음으로 인해 불안해하는 징후를 나타냈지만, 많은 견주는 개들이 겪는 소음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반려견 주인 386명을 대상으로 반려견이 겪는 소음과 관련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고, 온라인 공유 영상물을 통해 개의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66.8%)은 개들이 가정 내 소음에 겁을 먹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70%는 개들의 행동 문제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도 없었다고 답했다.
또, 일반적인 소음보다 희귀하고 강한 소음에 어느 정도 반응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199명(51.6%)이었고, 28명(7.3%)은 반려견이 강한 소음에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답했다.
소음 노출된 반려견 불안한 행동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의 유기견. 이곳에서는 유기견을 선발·훈련하여 도민에게 반려견·도우미견으로 분양하며 유기동물 발생 최소화 및 동물 생명존중 의식 고취로 동물복지 구현에 힘쓰고 있다. 뉴스1
알람 시계나 화재 감지기, 휴대폰 소음 등 주파수 높은 신호음에 대해 반응한다는 응답은 112명(29%)이었고, 이러한 신호음에 반려견이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답한 경우도 34명(8.8%)이었다.
개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행동으로는 짖기(50%), 후퇴 행동(22.6%), 서성거리기(16.3%), 징징거리기(14.5%), 숨기(14.5%), 귀 접기(13.2%), 떨기(13%), 헐떡임(8.8%), 하품(6.7%), 입술 핥기(5.7%), 울부짖기(4.4%), 침 흘리기(2.6%) 등이라고 응답했다.

생활 소음도 비교. 단위: 데시벨(dB)
연구팀은 "집에서 키우는 개의 50% 정도가 소음으로 인해 개의 행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기존 조사 결과도 있다"며 "스트레스의 강도와 지속 시간, 사람의 대처 기술에 따라 반려견의 건강·복지·행동·수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가 강한 소음에 노출되면 헐떡임, 숨기, 서성거리기, 웅크리기, 자세 낮추기, 떨림, 짖기, 탈출 시도, 뒤로 물러남, 친숙한 사람 찾기 등의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주인들 반려견의 두려움·불안 과소평가

반려견 백구.
연구팀이 영상물을 분석했을 때도 소음에 노출된 반려견들이 주인에게 접근하거나 꼬리 흔들기, 짖기, 울부짖기, 헐떡거림, 입술 핥기, 으르렁거리기, 몸 낮추기 등의 행동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자레인지나 진공청소기 같은 규칙적인 소음, 연기 감지기나 배터리 방전 알람 같은 불규칙은 소음에 대해 반려견이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사례가 영상물에서 관찰됐다"고 지적했다.
진공청소기 같은 저주파 소음에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연기 감지기 경고음과 같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고주파 소음에 대해 떨림과 같은 더 강렬한 공포의 징후를 보인다는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0 반려동물박람회'에 참가한 애견미용학원 부스에서 한 강사가 애견미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연구팀은 "설문조사 결과, 반려견의 두려움에 대한 소유자의 인식과 반려견이 실제로 보이는 두려운 행동의 정도가 일치하지 않았는데, 이는 많은 소유자가 반려견의 두려움과 불안을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개 주인이 소음 스트레스를 '일반적인 수준'으로 간주하는 경우 반려견의 스트레스 표현을 잘못 해석하고, 오히려 반대로 반응해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반려견은 집에 갇혀 지내며, 개의 스트레스를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는 주인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소음 문제는 개에게 있어 중요한 복지·건강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연구팀은 "동물 복지를 위해 개 소유자는 개의 신체 언어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보다 청력 4배, 고주파도 잘 들어
![반려견 강아지[사진 pixabay]](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1/11/115e5cdd-22f1-4b13-903d-568233f0be84.jpg)
반려견 강아지[사진 pixabay]
한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20~2만 헤르츠(㎐) 범위인 데 비해 개는 40~6만5000 ㎐로 더 넓다. 고주파를 훨씬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개의 청력은 사람의 4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가 발생한 곳에서 100m 이내의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면, 개는 400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사람은 각도가 1도 정도 차이가 나는 두 소리의 위치를 구분할 수 있지만, 개는 8도 이상 떨어져야 방향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20~30도 차이가 있어야 구분하는 말·소·양보다는 개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