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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권순정, 尹장모 문건 보내” 하청감찰 의혹 키운 공수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월 9일 김진욱 공수처장. 뉴스1

11월 9일 김진욱 공수처장.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달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구속영장에 “권순정 전 대변인이 카카오톡으로 ○○일보 ○○기자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관련 문건을 보냈다”고 특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 감찰부가 최근 대변인 공용폰을 영장·참관 없이 압수·포렌식한 뒤 결과를 공수처에 넘겨준 것과 관련해 ‘하청 감찰’ 의혹이 짙어진 셈이다. 공수처는 앞서 “대변인폰 포렌식은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와 무관하고 짬짜미 의혹은 공수처 검사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었다.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의 배경 중 하나로 ‘윤석열 장모 대응문건 작성’ 사건을 지목했다. “2020년 2~3월 윤 전 총장 장모에 대한 비리 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손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부하들을 시켜 총 3쪽 분량의 대응 문건을 작성”했는데, 여기에 당시 권순정 대검 대변인과 기자들도 연관됐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었다.

공수처 “대검 대변인이 기자에 장모 문건 보여줘…카톡으로도”

공수처는 손 검사 영장에서 “2020년 3월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은 피의자 손준성에게 (윤 전 총장 장모) 관련 정보 수집 및 대응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라며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찰 공무원들은 피의자 손준성의 지시에 따라 최은순(윤 전 총장 장모) 관련 3쪽짜리 대응 문건을 작성하여 피의자 손준성에게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또 공수처는 “대검찰청 대변인이던 권순정은 2020년 3월 18일 ○○일보 ○○○ 기자를 포함한 다수의 기자들을 대검찰청 대변인실로 불러 이 사건 경과 문건을 열람케 하고 최은순의 입장을 설명하였다”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2020년 3월 19일 ○○○ 기자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추가로 최은순의 변호인 입장이 설시된 문건의 사본을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기자들에 사건관계자 일방에 편향된 사실관계와 법적 평가를 객관적인 사실 혹은 대검찰청의 입장으로 이해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 전 대변인은 “윤 전 총장 장모 개인 문제가 아니라 과거 관련 검찰 처분을 비판하는 보도에 대해 여러 가지 왜곡과 허위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대변인실에서 기자 분들을 상대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정상적인 대변인실의 업무 범위 내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장모 대응문건 사건은 친여 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 9월 17일 직권남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 영장에 권 전 대변인과 기자 간 장모 문건 제공 과정을 적시한 뒤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폰을 압수·포렌식한 것은 관련 증거를 확보하려는 ‘하청 감찰’이라는 법조계의 평가가 나온다.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 검사장)는 지난달 29일 “고발 사주 의혹과 윤 전 총장 장모 대응 문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며 권 전 대변인 등이 사용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영장 없이 임의로 제출받았다. 권 전 대변인 등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사용자 참관 없이 포렌식을 하기도 했다. 이후 공수처는 이달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포렌식 자료를 가져갔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권 전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수사한 적도 없고 대검 감찰부에 하청 감찰을 한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논란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책임론으로 번졌다. 대검 출입기자단은 지난 8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대면 해명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9일 검찰총장실을 찾아가 김 총장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기 전 보고를 받았지만, 승인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10일 대법원 기자단이 오후 2시 항의 방문을 하겠다고 통보하자 치아 치료를 이유로 반가를 내고 귀가한 뒤 11~12일 연차 휴가를 냈다.

11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11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공수처, 두 번째로 손준성 소환…고발 사주에 판사 사찰 의혹도

공수처는 10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로 손준성 검사를 소환 조사했다. 지난 2일 첫 소환 이후 8일 만이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을 부하 검사 등에게 지시하고 ▶MBC ‘검·언 유착’ 보도의 제보자 지모씨 실명 판결문을 유출하는 한편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이를 김웅(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4·15 총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다.

이날엔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한 조사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관련 혐의로 입건(공제 21호)했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손 검사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고 주요 반부패·공안 사건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아내기 위해 담당 재판부 판사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한 뒤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사세행은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손 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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