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화여대, AI가 모의 면접…인하대 문과 특화 취업스터디 [2021 대학평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021 중앙일보 대학평가] 계열평가-인문·사회계열

취업 준비를 하는 이화여대 학생이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안에 있는 취·창업 지원 공간 '내일라운지'에서 모의 AI 역량평가와 면접을 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취업 준비를 하는 이화여대 학생이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안에 있는 취·창업 지원 공간 '내일라운지'에서 모의 AI 역량평가와 면접을 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살면서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나요?”
올해 상반기 한 백화점 신입사원 채용 AI(인공지능) 심층 면접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이정(24·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미리 학교에서 경험한 모의 AI 면접 때 나왔던 질문이기 때문이다. 모의 AI 면접을 처음 할 때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기 일쑤였는데, 몇 차례 연습 덕에 실전에선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9월부터 백화점 신입사원으로 출근한 이씨는 “학교에서 무제한 제공하는 AI 자기소개서 첨삭, AI 면접 프로그램을 이용해 취업을 준비했다”며 “특히 AI 역량검사는 학교에서 제공해 준 프로그램과 기업의 실전 평가가 똑같아서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AI로 면접연습 이화여대, 인문 5위, 사회 6위

2021 중앙일보 대학평가 인문·사회 계열평가에서 이화여대는 인문 5위·사회 6위에 올랐다. 특히 취업률이 높았다. 대학 중 가장 먼저 본격 시작한 AI 취업 지원 서비스가 한몫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일시적으로 AI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학들과 달리 누구나 언제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AI 면접, AI 역량평가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공공기관·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인문 계열평가는 36개 대학, 사회 계열평가는 42개 대학이 대상이다. 각 계열의 규모가 너무 작아 상대 비교가 어려운 대학은 평가에서 제외한다.

서울대는 인문·사회 모두 1위에 올랐다. 교수연구 부문과 교육여건 부문이 최상위였다. 이어 인문계열은 고려대(서울) 2위, 연세대(서울)·한양대(서울) 공동3위, 성균관대·이화여대 공동 5위다. 사회계열에선 한양대(서울)·연세대(서울)·성균관대·고려대(서울)가 2~5위를 차지했다.

문과 취업 뚫어라…송곳 전략 세운 인하대

이공계에 비해 취업이 쉽지 않은 인문·사회계열에서도 우수 대학은 좁아진 취업 문을 뚫기 위한 ‘송곳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방대한 취업 정보보다 직무 특성과 학생 성향을 고려해 꼭 필요한 무기만 연마하도록 도움을 주는 식이다.

방학 중 개설되는 취업스터디에 참여한 인하대 학생들이 취업 컨설턴트(오른쪽 두 번째)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인하대 제공

방학 중 개설되는 취업스터디에 참여한 인하대 학생들이 취업 컨설턴트(오른쪽 두 번째)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인하대 제공

사회계열 순수취업률 8위인 인하대는 평균 70%의 취업률을 기록하며 전체 사회계열 평균 취업률(61.8%)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인하대에서 운영하는 특별한 취업스터디 덕이다. 2016년부터 방학마다 6주간의 취업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형별로 11개의 스터디그룹이 있다. 대학 일자리센터 강사와 외부강사들이 기업 직무 분석과 면접, 첨삭 등을 지도한다.

취업스터디 그룹에는 ‘인문사회반’이 따로 운영된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인문사회계열 출신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을 위한 ‘기졸업반’, 학점이 낮은 학생들을 위한 ‘학습소수자반’도 있다. 인하대 대학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취업스터디는 선발 절차를 거쳐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인하 출신이라면 졸업한 뒤에도 케어한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천대, 줌(Zoom)으로 안방에서 외국기업 인턴십

인천대는 지난해 국내 대학 최초로 온라인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인천대는 사회계열에서 국제화를 포함한 교육여건 부문 6위에 올랐다.

인천대 국제지원팀은 코로나19로 회사원들도 재택근무를 한다는 점에 착안, 호주·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대기업과 연계해 온라인 인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담당자에게서 멘토링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인천대 온라인 해외인턴십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인천대 온라인 해외인턴십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해외 온라인 인턴십에는 지난해 약 15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인천대는 학생이 선호하는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해운업체 HMM 호주지사에서 온라인 인턴십을 한 황수희(동북아국제통상학부 17)씨는 “채용 공고도 잘 올라오지 않는 시기에 학교가 좋은 기회를 마련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며 “온라인을 통해 담당자와 직접 소통하다 보니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데 유익했다”고 말했다.

조선대, 증강현실에서 배우는 수어 교재 개발

조선대와 부경대는 인문·사회학과 IT 기술을 결합한 융합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조선대는 교수당 국내논문 및 저·역서 실적이 사회 계열평가 2위로 최상위권이다. 이는 특수교육 분야를 이끈 언어융합연구소의 성과 덕분이다. 최영주 언어융합연구소장은 수어를 연구해 관련 논문과 책을 많이 썼는데, 지난해 8월부터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 증강현실(AR) 기반 수어 언어 교재 개발 사업에 나섰다.

부경대는 인문계열 교수연구 부문 4위에 올랐다. 박종원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엔비보(NVivo)’ 연구 성과를 비롯한 국내논문과 저·역서 실적(2위)이 특히 우수했다. 엔비보는 질적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박 교수가 쓴 ‘엔비보 총서’는 많은 인문사회학 연구자가 참고하고 있다. 그는 “이제 인문학에서의 질적 연구도 수기로 인터뷰 하나하나 기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IT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 인문·사회 교수 연구비 지원 1위

한편 지역사회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거점 국립대학의 노력도 돋보였다. 전남대는 인문·사회 계열평가 교수당 교내연구비 1위를 기록했는데, 특히 지역사회와 연계한 연구·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남대는 광주와 전남 지역 대학들과 함께 꾸린 공유대학의 ‘주관대학’ 역할을 맡고 있다. 목표는 우수 인재를 최대한 지역 내에서 기르고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남대는 이·공계 특화분야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에서 우수 신진연구자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중견 연구자를 위한 융·복합 연구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전남대의 ‘인권 및 생활법률’ 강좌도 지역민 사이에서 인기다. 단순히 강의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남 완도의 섬에 직접 찾아가 법률 상담을 해주고, 취약계층을 위한 공익소송을 지원하기도 했다. 진용태 광주지방변호사협회 회장은 “도서벽지에 있는 사람들은 법률 서비스를 접하기 어려운데, 전남대의 이런 활동이 지역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 중앙일보 대학평가-계열평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