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손자가 둘 있습니다.”
7박9일간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했던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한글학교 수업을 참관하다 갑자기 꺼낸 말이다.
김 여사는 학생들에게 선물한 윷에 대해 설명하다 “(손자)하나는 8살이고, 하나는 11살”이라며 “할아버지랑 같이 남편이랑, 엄마 아버지와 같이 설날과 대보름날 이럴 때는 아주 심심해요. 이러면 윷을 놉니다”라고 말했다.
각각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의 아들을 지칭한 말로, 조부모인 문 대통령 부부가 명절에 손자들과 함께 모여 윷놀이를 즐긴다는 의미다.
김 여사는 며칠 뒤인 지난 4일 헝가리 한국문화원을 방문해 조각천을 활용한 전통 공예 수업을 참관한 자리에서도 재차 “저도 손자가 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때 나온 ‘손자’ 관련 발언은 윷놀이를 설명하며 학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꺼냈던 일화와는 달리, 교민과 인사를 나누던 중 갑자기 나온 말이었다. 김 여사는 인사 과정에서 “손자가 있다”고 했지만, 이어진 대화는 바느질과 관련된 것뿐이었다.
김 여사는 과거에도 손자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과는 다소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서울 개봉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이들을 만난 뒤 “(내) 손자들도 잘 못 만나요”라고 말했다. 2019년 6월 스웨덴을 방문해 육아휴직 후 아이를 키우는 남성들과 대화하면서는 “내 아들이 손자를 키우기 위해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호응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했다.
‘함께 윷놀이를 한다’는 최근의 말과 달리, 김 여사는 과거 손자들을 언급하면서는 ‘잘 만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 부부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지난 8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이 1년 가까이 청와대 관저에 거주하고 있던 사실이 알려졌다. 요즘은 김 여사가 손자를 직접 돌볼 수 있는 환경이었던 셈이다.
이와관련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국회 운영위에서 다혜씨 가족의 청와대 거주 여부에 대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은 경호 대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 실장은 “(가족들이) 서로 좀 와있다든지 기거한다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출산하고 친정에 와 있을 수도 있고, 부모 곁에 있고 싶은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런 걸 얘기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핵가족화로 가는 과정에서 가족과 더불어 사는 욕구는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