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떠도는 ‘유령 살인마’…돌고래·바다표범 13만마리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1 05:00

멸종위기에 처한 하와이 몽크 바다표범이 버려진 어망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AP=연합뉴스]

멸종위기에 처한 하와이 몽크 바다표범이 버려진 어망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AP=연합뉴스]

13만 6000마리. 매년 돌고래, 바다표범 등 해양 야생동물이 바닷속을 헤엄치다 그물이나 낚싯줄에 걸려 죽는 숫자다. 포획할 의도를 갖고 쳐놓은 그물 때문이 아니다. 바닷속 침묵의 살인마로 불리는 '고스트 기어(ghost gear)'에 의해서다. 고스트 기어는 잃어버리거나 버려진 그물과 낚싯줄처럼 바다에 버려져 야생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어업 장비를 뜻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동물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유령 그물 사냥꾼'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해리 찬(68)은 1987년부터 3000번 넘게 바다에 뛰어들어 버려진 해양 장비를 수거해왔다. 일평생 일군 개인 사업에서 물러난 후 최근 10년간은 이 일에만 매진해 왔다. 대형 그물 제거를 위해 최대 8시간 동안 잠영한 적도 있다. 여태껏 그가 수작업으로 수거한 어업 장비만 자그마치 80t(톤)에 이른다. 찬은 "폐기물에 엉켜 죽을 뻔한 순간도 여러 번 있다"며 "60대 다이버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섬 GPGP에서 어망 폐기물을 건져올리고 있다. 해양 생물들이 폐기물 덩어리에 갇혀 있다. [사진 그린피스]

태평양에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섬 GPGP에서 어망 폐기물을 건져올리고 있다. 해양 생물들이 폐기물 덩어리에 갇혀 있다. [사진 그린피스]

미 해양환경 보호단체인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는 바다를 떠다니며 해양 생명을 위협하는 고스트 기어를 가장 해로운 종류의 해양 쓰레기로 규정하고 있다. 고스트 기어는 해양 생물뿐 아니라 해저 산호와 바위를 감싸면서 서식지를 파괴하기도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64만t에 이르는 고스트 기어가 전 세계 해역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는 2층 버스 5만 대를 합한 무게다. 전문가들은 당초 포획용으로 만들어진 어구들은 잘 망가지지 않고 최대 600년 동안 해양 생물을 괴롭힐 수 있다고 말한다. 규모가 큰 고스트 기어의 경우엔, 어업 보존 사업과 수산물 공급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어획량이 5%에서 최대 30% 타격 입을 수 있다.

태평양 바다 한 가운데 형성된 거대 쓰레기 섬(GPGP)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비영리 환경단체 오션 클린업의 장치. [사진 오션 클린업]

태평양 바다 한 가운데 형성된 거대 쓰레기 섬(GPGP)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비영리 환경단체 오션 클린업의 장치. [사진 오션 클린업]

CNN에 따르면 홍콩 인근 해역 폐기물 수거에 동참하는 잠수부의 안전을 위해 세계야생동물기금(World Wildlife Fund·WWF)이 홍콩 정부와 협업하고 있다. WWF가 초청한 아마추어 다이버와 수상 스포츠 애호가들은 바닷속에서 폐기물 위치를 휴대용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홍콩 정부에 보고한다. 이에 정부가 전문 잠수팀을 파견해 폐기물을 수거하는 식이다. WWF는 '고스트 기어 탐정'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2년 만에 600파운드(약 272kg)의 폐기물을 추가로 제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애초에 어업 폐기물이 바다에 유입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맥쿡은 "어업인이 장비를 유지하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정부와 해양경찰이 법적 수단으로 제재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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