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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2022년 경제의 험한 등산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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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첫 주말, 산마다 등산객이 넘쳤다. 가파른 산길을 마스크를 쓰고 오르면서도 단풍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얼굴에 기쁨이 넘쳤다. 코로나19 이전에 누렸던 일상을 되찾은 설렘이 가득하다. 경제의 흐름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 등산길을 닮았다.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며 국가가 목표로 하는 정상을 향해 간다. 산봉우리를 넘고 계곡을 지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도 하고, 비바람을 견디고 가파른 낭떠러지에서 위험을 감내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지난해 깊은 계곡으로 떨어졌던 세계 경제는 올해 다시 정상을 향한 등정을 시작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생산은 위기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에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5.9%로 예상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3.1%에서 V자형 회복이다. 2022년에도 세계 경제는 양호한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는 4.9%, 미국 5.2%, 중국 5.6%, 한국 3.3%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경제는 계속 성장하지만
물가와 금리 오르고 위험 많아
한국 경제 갈 길도 험난해
위험 관리하고, 바른 길 찾아야

그럼에도 올해의 남은 기간과 2022년에 세계 경제가 가야 할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여러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방역의 실패는 여전히 경제 회복과 생명을 위협하는 최고의 경계대상이다. 또한,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통화량과 정부지출이 넘치고 경기 회복으로 민간수요가 증가한 것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 백신 접종이 느린 개도국에서는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해상운송이 지연되어 공급 병목이 발생하고 물가상승이 가속화됐다. 에너지, 농산물, 금속 가격은 2014년 이후 최고치이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미국과 유로지역은 각각 5%와 4%를 넘었다. 한국도 3.2% 상승하여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많은 경제 전문기관들은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장기화하면 경기 회복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에 풀렸던 자금이 회수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닥칠 충격도 우려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1월부터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하여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의 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 달러씩 줄여나가기로 했다. 경기 회복이 확실해졌으니 시중에 풀리는 자금을 줄여서 물가상승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연준이 발표대로 실행한다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채권 매입이 8개월 후에는 종료되고, 그 이후에는 금리가 오를 것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율이 계속 높으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 국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신흥국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세계 교역 조건도 많은 위험 요인을 품고 있다. 미·중 무역 및 기술 갈등이 심화하고 강대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만, 북한,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위험도 크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 경기와 금융시장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특정국가에 수입을 의존하는 중요한 원자재와 부품의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요소수 품귀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세계 금융시장의 파도에 우리 외환·금융시장이 전복되지 않도록 취약한 부분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낮추고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정책을 꾸준하게 시행해야 한다. 자산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활물가가 심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수급을 잘 관리해야 한다. 현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코로나가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았다. 이제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남은 기간에 최선을 다해 방역과 경제의 위기관리에 힘써야 한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 변화가 많고 불안정한 시기이므로 완전히 하산하기 전까지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내년에도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계를 꾸려야 할 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1%대, 0%대로 계속 낮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국가부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년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의 앞길이 험난하다. 현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국가 경제의 목표를 잘 정하고 현명한 전략을 세워야겠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초기에 길을 잘못 들었다. 민간의 근로 의욕, 투자 의욕을 높이는 정책은 미흡했고 국가의 과도한 개입으로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했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경제 불평등이 높아졌다. 한국경제가 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내년에는 올바른 길을 찾아 새로운 등정을 시작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