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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외국에 에너지 의존 안하려면 새 원전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홉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한다고 밝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홉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한다고 밝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달 원전 감축 기조에서 벗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건설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서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을 겪는 가운데 나온 마크롱식 ‘원전 유턴’ 전략이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전기 공급원이 필요하다”며 원자로 건설 재개를 알렸다. 이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발표가 내년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유럽 가스 위기가 가계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당장 올겨울 전기 요금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행정부가 몇 주 안에 최대 6개의 새 가압수형 원자로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당시 프랑스 정부는 전력의 75%를 담당하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50%까지 낮추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운영 중인 원자로 14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북서부 프라망빌의 국영 유럽형 가압경수로(EPR)가 완공되기 전까진 새로운 원전 건설을 시작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에너지 대란 속에 원전 감축 기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미래 에너지 전략 ‘프랑스 2030’에서도 SMR 10억 유로(약 1조3600억원) 투자 계획이 핵심이었다. 프랑스는 56기의 원전을 보유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원전국이며, 원자력 비중(75%)은 세계 1위다.

이날 세드릭 오 프랑스 경제재정부·공공활동회계부 디지털 담당 국무장관은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수학적 문제”라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태양이나 바람에 좌우되지 않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 연설 직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원전은 재생에너지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이라며 “원전 추가 도입은 현실과 단절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정부도 항공·에너지 업체 롤스로이스의 SMR 개발 사업에 2억1000만 파운드(약 3358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크와시 크와르텡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영국이 저탄소 에너지를 도입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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