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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찾아 머리 숙인 윤석열 “5·18 정신 헌법 전문에 올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분향도 못 하고 돌아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른바 ‘전두환 공과’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지만, 광주시민의 거센 항의에 부닥쳤다. 결국 윤 후보는 추모탑으로 향하는 발길을 멈춘 뒤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윤 후보는 광주 민주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 앞에 오후 4시17분쯤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윤 후보는 입구의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10일 광주 5·18민주묘역을 찾았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묘역 근처에서 참배를 하며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10일 광주 5·18민주묘역을 찾았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묘역 근처에서 참배를 하며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때부터 난관이 시작됐다. 윤 후보 지지자와 그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인사들, 그리고 취재진과 윤 후보 경호인력 등 수백 명이 뒤엉키며 윤 후보는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등은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벌였다. 윤 후보가 묘역 입구에서 추념문까지 100m가량을 걷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현장엔 비도 내렸다. 결국 안전사고 등이 우려되자 윤 후보는 발길을 멈춘 뒤 추모탑 입구의 참배광장에서 묵념했다.

추모탑 앞에서 돌아선 윤 후보는 미리 준비해 온 사과문을 꺼내 들었다. 그는 “40여 년 전 5월의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5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며 “여러분께서 염원하시는 국민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사과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참배에 항의하신 분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그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분향은 못 했지만 사과드리고 참배했던 게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5·18 정신이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당연히 개헌 때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전부터 늘 주장해 왔다”며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므로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해 평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본질을 허위 사실과 날조로 왜곡하는 건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므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대선 경선 중이던 지난달 19일 부산의 한 국민의힘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날 윤 후보의 광주행에 대해 민주당은 “광주 출장 정치쇼” “표 계산용 이벤트”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의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지 말라는 광주시민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사과의 시작”이라며 “그런데도 굳이 가겠다는 건 결국 봉변당하는 그림을 만들어서 광주를 또 한 번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이용하겠다는 얄팍한 발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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