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수사 미진하면 특검” 조건부 수용

중앙일보

입력 2021.11.11 00:02

업데이트 2021.11.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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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일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며 조건부 특검 수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대장동 의혹 특검을 하자는 요구가 있고 많은 분이 동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가 처음으로 특검 도입 여지를 열어놓는 발언을 했지만, 여러 조건이 단서로 달렸다. 이 후보는 “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장동 초기 자금 조달 관련 비리를 담당했던 주임검사일 때 이 문제를 알고도 덮었다는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 등 부정한 자금 흐름, 그리고 성남시 공공개발 시도를 막은 성남시의원들의 행위를 거론하며 “이 점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조건부 특검 수용론’인 셈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과 고발 사주 의혹을 각각 동시에 특검에 맡기자는 윤 후보의 ‘쌍특검’ 제안에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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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와 가족들의 부정부패는 검찰·공수처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데 특검을 빙자한 수사 회피나 지연 목적”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윤 후보 문제는 입건된 것만 8건인데, 나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 보라. 한 골도 안 먹은 0대 10 상황인데 왜 이걸 1대 1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했다.

당내엔 대장동 특검을 불안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민주당 경선 때 이재명 캠프에 속했던 한 의원은 “드루킹 특검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구속된 충격을 대부분 잊지 못했다. 특검을 받아들이면 국면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말했다. 당내 복잡한 기류를 반영하듯 이날 오후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한 당의 입장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여야 합의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이니 확대해석은 지양해 달라”고 공지했다.

야당은 “조건 없는 특검 전면 수용”을 요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온 국민이 검찰에 등 돌리고 특검을 요구하는 마당에 무슨 조건을 건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선 이 후보가 야당이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건 것 자체가 특검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는 의구심이 많다. 이날 토론회는 ‘이재명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패널들은 간결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 후보는 “날이 새도 괜찮다”며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했다. 토론회는 당초 예정시간인 90분을 넘겨 140분 가까이 진행됐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론이 높은 상황에 대해 “민주당 3기 정부가 100%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이전보다 더 유능하고 전진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은) 음주운전자와 초보운전자 중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라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발언에 대해선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 경력자가 더 위험하다”며 윤 후보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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