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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급식은 인권 침해" "유난 떤다"···논란 부른 유치원 식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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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제보 받은 ‘매운 급식’ 사례. 사진 정치하는엄마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제보 받은 ‘매운 급식’ 사례. 사진 정치하는엄마들

매운 음식을 어린이 급식에 내놓는 것이 인권 침해 행위가 될 수 있을까.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매운 급식을 제공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다. “유·아동에게 매움을 강요하는 건 폭력”이라는 주장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맛볼 기회를 박탈하는 게 되레 아동학대”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학대협회 “편식 방조가 인권침해”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음식이 맵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인 것도 아니고 맛볼 기회를 제공하는 게 어떻게 인권 침해인가”라며 “논란을 위한 논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측이 고용한 전문 영양사는 칼로리와 영양 등을 고려해 식단을 짠다”며 “사진상 빨갛게 보이는 음식도 케첩을 사용했을 수 있는데 팩트체크는 제대로 한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넘어지고 다치는 과정이 있어야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듯 음식도 마찬가지”라며 “아이들 입맛에만 맞는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해 편식을 방조하는 게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

일부 학부모·교사 “유난 떨다 교육 질 저하”

학부모와 교사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윤모(34)씨는 “어른도 아이도 매워하는 정도는 주관적이지 않나”라며 “이런 것까지 트집 잡는다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말든지 도시락을 싸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 강모(33)씨는 “그 논리대로면 아이들 식성이 모두 다를 텐데 급식을 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유난 떠는 게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병설 유치원을 포함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제공되는 급식은 저염식이라 빨간 반찬이라도 간이 세지 않고 맵기도 덜하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회에서 급식 모니터링을 운영해 식단과 맛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낸다”며 “아이들을 괴롭히는 식단이 아닌데 영양교사들의 사기가 꺾이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매움 참도록 강요하는 건 폭력” 

‘매운 급식’ 논란은 지난 9일 ‘정치하는엄마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 단체에 따르면 병설 유치원이 있는 학교는 유치원생(5∼7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같은 식사를 한다. 그래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급식이 매워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단체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게 반찬 투정이거나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다”라며 “매움을 느끼고 견디는 정도는 개인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유·아동에게 매움(고통)을 참도록 강요하는 건 폭력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 제기에도 매운 급식이 해결되지 않고 교육부는 개선 방침을 세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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