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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약체→228% 최강 항체로"…얀센 부스터샷 맞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1차 접종과 접종 완료를 넘어 항체 형성 효과 극대화를 위한 ‘부스터샷’(추가 접종) 접종이 속속 이어진다.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와 60대 이상 고령층에 이어 이달부터 얀센 백신 접종자와 50대, 기저질환자, 우선 접종 직업군 등에 대한 부스터샷이 진행된다. 대부분 올 상반기 일찍 백신을 맞아 항체가 상당히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다. 특히 30대가 많은 얀센 접종자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지난 8일부터 부스터샷을 맞기 시작했다. 얀센 특성상 1회 접종만 했던 이들의 부스터샷 전후 반응은 어땠을까. 30대 기자가 직접 겪은 얀센 백신 부스터샷 접종 과정을 1인칭으로 정리했다.

8일부터 기존 얀센 접종자 '부스터샷' 시작 #30대 기자의 '얀센-모더나' 교차접종 경험기

얀센 백신 접종자 대상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진행된 8일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접종 대상자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얀센 백신 접종자 대상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진행된 8일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접종 대상자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얀센 효과 5개월뒤 88%→3%…美 “사실은 2번 맞아야할 백신”’(10월 17일 기사)
이때부터였다. 백신을 일찌감치 맞았다는 안도감이 불안감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미국발(發) 연구에서 모더나는 92%→64%, 화이자는 91%→50%로 변했다고 했지만, 얀센 항체 형성 효과만 유독 5개월 만에 급락했다.

그간 '민방위' 찬스를 써서 다른 사람보다 일찍 접종받았고, 한 번만 아파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만족해왔다. 하지만 항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점이 드러났다. 때마침 얀센 접종자를 중심으로 돌파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6월 14일 접종한 기자도 슬슬 위험한 5개월째가 다가오고 있었다.

부스터샷 예약은

지난달 28일, 정부가 얀센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내놨다. 그 직후 휴대전화에 진동이 왔다. '정종훈님께서는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얀센백신 접종자로 추가접종 대상이십니다'. 질병관리청의 부스터샷 공지 문자였다. 안 그래도 찜찜하던 탓에 3%로 떨어졌을지 모를 예방 효과를 화이자·모더나 급으로 끌어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전직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였기에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었다.

예약 개시 시점은 당일 오후 8시. 하지만 깜빡하고 날짜를 넘겨버렸다. 다음 날 아침, 약간 긴장한 상태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지난 6월 1일 얀센 예약 당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칼같이 접속했는데도 몇분간 대기를 거쳐 접종 신청을 해야 했던 시간. 자정부터 새벽까지 신청자들이 이어졌다. 대학 인기 강의 수강신청급 경쟁이라 괜스레 긴장해야 했다.

얀센 부스터샷 관련 사항을 공지해주는 질병관리청의 문자 메시지. 정종훈 기자

얀센 부스터샷 관련 사항을 공지해주는 질병관리청의 문자 메시지. 정종훈 기자

하지만 부스터샷 예약은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덜했다. 아니, 거의 없었다. 남는 자리가 많아 여유롭게 집 근처 단골 의원으로 예약했다. 부스터샷 경험기를 쓸 수도 있으니 시점은 공식 접종 첫날인 8일 오전 11시로 잡았다. 15명 중 10명 자리가 비어있다는 팝업 화면이 눈에 띄었다. 다른 시간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질병청 공지 문자에선 'mRNA 백신(모더나 또는 화이자)'로 접종한다고 해서 내심 화이자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예약 홈페이지는 모더나로 자동 배정했다. 혹여 바뀔까 싶어 본인인증 화면을 수차례 새로고침해서 들락날락하는 시간을 즐겼다. 그래도 백신 종류는 변하지 않았다.

다들 방역패스를 보유하고 있어선지, 이번엔 부스터샷 여부를 묻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거의 없었다. 6월엔 예비군ㆍ민방위 동료끼리 예약 성공 여부를 물었지만 '전우'들이 많이 사라졌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도 부스터샷 관련 글이 뜸한 편이었다. "대한민국 예비군·민방위라는 사실이 처음 자랑스러워졌다"면서 예약 인증샷을 앞다퉈 올리던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차분해졌다. 그만큼 백신 접종이 일반화된 영향일 거다.

얀센 부스터샷 예약 화면. 인터넷 캡처

얀센 부스터샷 예약 화면. 인터넷 캡처

부스터샷 접종 후엔

접종 당일인 8일, 예약한 의원을 찾았더니 대기자 대다수는 백신 접종자였다. 아래로는 10대부터 위로는 70~80대까지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동네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진료실을 나왔다. 회사 근처 의원에서 맞았던 얀센 백신은 대기 좌석 대부분을 30대가 채웠었는데….

"열이 심하면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하루동안 샤워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주사 차례가 되고 유의 사항을 몇달 만에 다시 들었다. 얀센 접종 때보다 덜 긴장해서 그런지 모더나 주사는 가볍게 왼팔을 스치고 나온 듯 느껴졌다. 얀센은 지금도 묵직하게 들어오던 촉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15분 지켜본 뒤 집으로 향했다.

사실 부스터샷 예약 당시 제일 걱정했던 게 이상반응이었다. 얀센 주사를 맞은 직후 다른 예방접종에서 겪어보지 못한 고열과 무력감, 근육통이 종합적으로 찾아왔다.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틀 이상 앓아야 했다. 왼팔 전체로 퍼진 통증은 거의 일주일 가까이 지속됐다. 더군다나 두 번째 접종은 같은 얀센이 아니라 모더나로 '교차접종' 해야 하는 점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부스터샷 접종 이틀 뒤 체온계로 잰 체온. 37도 아래를 기록했다. 정종훈 기자

부스터샷 접종 이틀 뒤 체온계로 잰 체온. 37도 아래를 기록했다. 정종훈 기자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접종 첫날 컨디션이 저하되고 접종 2~3시간 뒤부터 왼팔 통증이 올라온 거 외엔 별다른 고열ㆍ몸살기가 없었다. 얀센 접종 시 달고 살았던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도 이번엔 사용량 '0'이었다. 약값을 아낀 셈이다.

접종 다음 날, 생각보다 멀쩡해서 아들이 쓰는 체온계를 귀에 대봤다. 36.9도. 기사를 쓰고 있는 이틀째도 36.8도. 거의 정상이다. 5개월만의 접종이 '매운맛'에서 '순한맛'으로 급변한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잠시 들어가봤더니 '얀센은 아팠는데 모더나는 아무 느낌도 없다'는 동지 글이 몇몇 올라왔다.

물론 무증상부터 사망까지 사람마다 접종 후 반응은 제각각이다. 기자는 몸 속에 남아있던 3% 남짓한 코로나 항체가 주인의 부작용을 완화시켜 주지 않았을까, 고맙게 생각했다. 마침 접종 시점이 미국 연구팀이 알려줬던 예방 효과 급락 시점 '5개월 뒤'였다.

의료진이 들어보인 얀센 백신. 뉴스1

의료진이 들어보인 얀센 백신. 뉴스1

슬슬 주변에서 하나, 둘씩 부스터샷을 맞아도 되는지 묻고 있다. 기자는 '맞아라'는 쪽으로 대답해준다. 물론 순한맛 부스터샷은 아직 완전히 결말을 맺지 않았다. mRNA 계열 백신의 대표적 부작용인 심근염과 심낭염이 혹여라도 나타나지 않을지, 그리고 항체가 정말로 '부스트'됐는지 아닌지가 남았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얀센+모더나, 항체 76배 증가. 3%→228%의 힘인가. 코로나 바이러스 너무 약해서 죽이고 싶어졌어."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본 우스개 글의 일부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똑같은 얀센으로 부스터샷 맞으면 15일 안에 항체 4배 증가, 화이자 부스터샷은 35배라고 한다. 기자는 76배 증가했다는 모더나 항체 효과를 기대하면서 남은 13일을 기다려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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