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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순종' 뉴질랜드가 폭발했다…경찰 폭행하며 "자유달라"[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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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있는 의회 건물 인근. 시민 수천 명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자유를 달라" "뉴질랜드를 해방하라"고 외쳤다. 뉴질랜드 언론 스터프 등에 따르면 이날 웰링턴과 오클랜드를 포함해 뉴질랜드 전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와 봉쇄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코로나19 봉쇄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코로나19 봉쇄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뉴질랜드에서 수천 명이 모인 시위는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또 시위가 가열되면서 경찰과 기자가 시위대에 공격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발병 후 확진자가 조금만 나와도 봉쇄했다가 '0' 수준이 되면 봉쇄 완화를 반복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강력한 제한 조치를 묵묵히 따랐다. 상당 기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해 한때 '코로나19 종식'까지 선언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일부 국가들이 속속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중에도 뉴질랜드 국민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제거 전략에 높은 지지를 보냈다. 뉴질랜드 사이트 스핀오프의 여론조사에서 지난 7~8월까지만 해도 응답자의 84%가 봉쇄 조치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방역 모범생'이었던 뉴질랜드 시민들은 왜 폭발한 것일까. 지난 8월 중순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늘자 뉴질랜드 정부는 전역을 또다시 봉쇄했다. 뉴질랜드 내부에선 '이런 강력한 봉쇄 정책이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뉴질랜드의 방역 정책에 찬사를 보내던 주요 외신들마저 돌아섰다. '백신 접종엔 소극적이면서 봉쇄령에 의존한다'며 뉴질랜드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뉴질랜드 정부는 최근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한 지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이 90%가 넘으면 해당 지역의 거의 모든 방역 제한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접종 완료율이 90%에 가까워진 오클랜드의 경우 이달 말까지 봉쇄 해제를 목표로 9일부터 일부 제한을 완화했다.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는 '접종 의무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사·간호사·약사 등을 포함한 의료인은 다음 달까지, 교사 ·교직원 등 교육 종사자들은 내년 1월까지 백신 2차 접종을 하라며 이를 거부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일 웰링턴에서 봉쇄령과 의무 접종을 반대하는 시위대. [AP=연합뉴스]

9일 웰링턴에서 봉쇄령과 의무 접종을 반대하는 시위대. [AP=연합뉴스]

9일 웰링턴에 모인 시위대. [AFP=연합뉴스]

9일 웰링턴에 모인 시위대. [AFP=연합뉴스]

이번 시위에서 뉴질랜드 시민들은 봉쇄 해제와 백신 접종 의무화 철폐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정부가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봉쇄 조치에 이어 백신 접종까지 정부가 강제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매체 ‘미국의 소리(VOA)’는 웰링턴에 모인 시위대만 2000~3000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시위 무리 속에선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을 상징하는 깃발도 등장했다. 시위 도중 원주민 전통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의회로 향하는 거의 모든 입구를 폐쇄하는 등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 중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오클랜드에선 교통 통제에 나선 한 경찰이 한 시위 참가자의 입에 물리는 일이 발생했고, 웰링턴에선 시위에 참여한 시민 일부가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의 한 사진기자를 잠시 붙잡아뒀다가 밀쳐냈다.

또 일부 시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깃발을 흔들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백신 접종에 회의적이고, 트럼프는 최근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소셜미디어(SNS)의 확산으로 뉴질랜드 시민들이 해외의 의무 접종 반대 운동에 영향을 받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위 일부가 폭력적으로 변질되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오늘 우리가 본 것은 뉴질랜드의 다수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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