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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방패 뒤에 푸틴 있다" 폴란드 총리, 벨라루스 배후 맹공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의 난민 사태의 배후"라고 9일(현지시간) 지목했다. BBC에 따르면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동부 쿠즈니카 지역 국경 군부대를 방문한 뒤 폴란드 의회의 긴급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현재 폴란드는 동쪽 국경으로 접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온 난민 수천 명의 유입을 막고 있다. 폴란드는 앞서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받은 제재에 보복하려고 일부러 중동에서 온 난민을 유럽 쪽 국경으로 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주장은 이런 움직임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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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쿠즈니카 국경 지대를 방문해 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국경 경비대를 만나 현지 상황을 살피는 모습.[EPA=연합뉴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쿠즈니카 국경 지대를 방문해 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국경 경비대를 만나 현지 상황을 살피는 모습.[EPA=연합뉴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난민 위기를 "사람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전쟁"이라며 "EU에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고안된 무대 연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경지대에서) 잔인한 공격을 받은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국경의 치안과 온전성이 야만적으로 공격받고 시험받고 있는데, 이는 동부 국경뿐 아니라 폴란드 전체 안보가 야만적으로 침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또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일선에서 이런 러시아의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이며 이런 위기의 (최종) 지휘자는 모스크바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신제국주의적인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최근 사례가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번) 공격이며, 이는 러시아 제국 재건 시나리오를 이행하기 위한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폴란드 국경수비대 "9월 이후 월경 시도 3만2000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폴란드는 동쪽 쿠즈니카 국경 지대에서 최소 2000명의 난민 유입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이곳에서는 난민 3000∼4000명이 폴란드로 진입하려고 시도한 일이 있었다. 폴란드는 병력을 추가 급파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폴란드 국경 경비대 대변인은 CNN에 난민 규모가 "약 4500명"이라고 말했다. 1만4000여명의 폴란드군, 경찰, 국경수비대가 이 지역을 지키고 있다.

폴란드와 EU 지도부는 벨라루스 정부의 기획 하에 국경 지대 이민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EU가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정권에 경제 제재를 단행한 뒤 이민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루카셴코 정권은 여객기 강제 착륙, 시민사회 탄압 등의 사유로 EU 제재를 받고 있다. CNN에 따르면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지난 9월 이후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으려 한 시도가 3만2000건이나 발생했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벨라루스에 현재 1만4000명 정도의 불법 난민들이 체류하고 있으며 벨라루스 당국이 이들을 폴란드로 내보내려 시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폴란드를 비롯해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또 다른 EU 지역인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서도 최근 몇 달 새 벨라루스를 통해 국경을 넘으려는 중동 이민자가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리투아니아도 9일 벨라루스 국경 지대에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EU "추가 제재, 나토 "동맹국 도울 것"…벨라루스 압박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경에 모인 난민들이 철조망 너머 폴란드 쪽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경에 모인 난민들이 철조망 너머 폴란드 쪽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은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외교 담당 수석 대변인인 피터 스타노는 "회원국 간에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은 EU의 제재로 인해 그가 압력을 느낀다는 신호"라면서 루카셴코 정권이 "갱단 정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동맹국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하면서 벨라루스를 향해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무총장은 "민스크(벨라루스 지도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상황에 대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러시아 "서구식 민주주의 교육하려다 난민사태 자초" 주장 

9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 거주하던 이라크 난민이 폴란드 국경 앞에서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 거주하던 이라크 난민이 폴란드 국경 앞에서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도 국경 난민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9일 러시아 크렘린궁은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서방에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에 머무는 난민들은 벨라루스에 머물고 싶어하지 않고 유럽으로 가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경에 텐트를 치고 폴란드와 대치 중인 난민들은 추위 속에 떨고 있다. 벨라루스 측 국경수비대는 난민들이 식수나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임신부나 젖먹이들이 영하에 가까운 기온에도 땅 위에서 잠을 자야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국경에서 최소 7명의 이민자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벨라루스에서는 더 많이 사망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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