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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비극…뇌졸중父 39㎏으로 사망케한 아들 징역 4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고법, 항소 기각…1심 징역 4년형 유지 

뇌졸중으로 쓰러져 1년 가까이 돌보던 자신의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청년에 대한 항소가 기각됐다.

대구고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양영희)는 1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씨(22)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의 정황으로 피고인 A씨에게 존속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1심 판결을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또 “원심과 비교해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존속살해죄에 대해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형이 징역 3년 6개월이고 3년을 초과하는 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허용되지 않는 점까지 더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10여 년 전부터 아버지 B씨(56)와 살아오던 중 지난해 9월 13일 B씨가 심부뇌출혈과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간병과 경제 사정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B씨를 지난 4월 23일 퇴원시켜 집에서 홀로 돌보게 되면서 전적으로 아버지를 돌보게 됐다. 당시 B씨는 혼자서는 거동이 전혀 불가능했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없어 호스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할 정도였다.

아들인 A씨는 B씨를 보살펴야 할 법적 보호의무가 있었지만 퇴원 다음날인 4월 24일부터 B씨에게 처방약을 일절 제공하지 않았다. 또 정상적인 영양공급을 위해 하루 3개 섭취가 필요한 치료식은 일주일간 10개만 제공했다.

이어 A씨는 5월 1일부터 8일 동안 치료식과 물, 처방약의 제공을 중단하고 피해자의 방에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 결과 B씨는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이 발병해 숨졌다. 사망 당시 피해자의 체중은 약 39㎏으로, 166㎝의 키에 이상적인 체중인 62.1㎏의 약 63%에 불과했다.

A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B씨에 대한 존속살해의 고의성을 부인하다가 검찰 수사 단계에 들어가자 마음을 바꿔 자백했다. A씨는 “피해자에 대한 존속살해 혐의가 인정되는 것이 두려웠고 ‘존속유기치사죄’로 인정받기 위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2시간마다 아버지의 자세를 변경해야 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혼자서는 아버지의 병간호를 담당할 능력이 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 잘못된 판단을 했다” 등의 진술을 했다.

A씨는 아버지를 방치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B씨가 숨지기까지 많이 갈등한 상황도 재판 과정에서 나타났다. 1심 판결문에는 “피해자가 본인을 불러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마음이 약해져 한 번씩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다”는 등의 설명이 적혀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이런 사정을 고려해 존속살해죄의 권고 형량보다 다소 낮은 선고를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회 예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조차 최대한 국가가 자신들에게 다가온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책임”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런 사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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