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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온 초등생에 ‘도둑’…신고한 아파트 회장 “주거침입 해당”

중앙일보

입력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 A씨. [MBC 뉴스투데이 캡처]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 A씨. [MBC 뉴스투데이 캡처]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초등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입주자대표는 놀이터는 아파트 고유공간으로, 외부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논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자대표 회장 A씨는 지난달 12일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놀이터에는 다른 아파트에서 온 아이들 5명이 놀고 있었다. A씨는 신고를 한 뒤 아이들을 관리실에 데려다 놓고, 경찰과 학부모들이 올 때까지 30분 정도 내 보내주지 않았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에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리에게 핸드폰,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 형은 말도 못하고 무서워서 따라갔다. 가기 싫다고 모두 외쳤는데 할아버지가 (욕설을 하면서) 커서 아주 큰 도둑이 될 거라고 했다. 어머님이랑 형이 오자 자식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있다.

A씨는 아이들을 신고한 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3주 뒤에 입주자대표 회의를 소집해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을 제시했다. 해당 규칙은 입주민들의 반발로 삭제됐다.

이 같은 논란에 A씨는 외부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논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며 도둑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지난 9일 MBC ‘뉴스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신규 아파트이기 때문에 (주민 아이들은) 연령층이 0세부터 대부분 유치원생 이하다. (놀이터는) 우리 아파트 사람의 고유 공간이다.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면 주거침입 대상자가 된다고 그랬더니 (아이들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럼 경찰에 불러서 한 번 항의해볼 테니까 따라오라 한 뒤 도둑과 같은 거야 (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이들과 부모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엔 “없다.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사과를. 허위사실을 인정하라는 건지”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고당한 아이들의 부모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A씨를 협박과 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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