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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그래픽카드의 황제 '엔비디아' 젠슨 황의 메타버스 빅픽쳐

중앙일보

입력

엔비디아 창립자 젠슨 황 CEO가 자사 개발자회의(GTC)의 기조연설 연상에 출연한 모습. 엔비디아

엔비디아 창립자 젠슨 황 CEO가 자사 개발자회의(GTC)의 기조연설 연상에 출연한 모습. 엔비디아

검은 가죽 재킷의 'GPU 황제'는 90분 내내 플랫폼을 말했다. 인공지능 플랫폼, 메타버스 플랫폼, 로보틱스 플랫폼….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 대표(CEO) 얘기다. 그는 9일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GTC) 기조연설에서 더 진화된 AI 기술, 더 구체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대거 공개했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1위(점유율 80%)인 엔비디아는 AI와 메타버스로 가장 주목 받는 기술 기업이다. GPU는 AI의 발전 속도를 당긴 딥러닝의 핵심 기반이다. GPU 개념을 창안한 엔비디아는 현재 미국 나스닥 시가총액 7위(9일 종가 7701억달러)에 오르며 폭풍 성장 중이다. 엔비디아보다 시총이 높은 회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뿐.

'나는 인공지능(I am AI)' : AI의 진화

지난 4월 열린 GTC에서 젠슨 황 CEO는 자신을 똑 닮은 가상인간을 내세워 일부 발표를 시킨 사실을 뒤늦게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도 그는 가상현실(VR) 속 부엌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AI 작곡가 ‘아이바’가 만든 배경음악을 틀고는 AI가 창작 활동은 물론, 위험감시, 환경보호, 의료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가 보조하는 신약 개발, 초대형 기후 시뮬레이션 같은 연구를 예로 들었다.

이어서 그는 디지털 트윈(3차원의 가상현실 공간에 현실 세계를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으로 지구를 디지털 세계로 복제해 기후 예측을 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현실의 물리 법칙을 학습하는 AI '엔비디아 모듈러스'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젠슨 황 CEO는 "컴퓨터 그래픽뿐 아니라 과학, 산업, 앱 등 광범위한 분야에 엔비디아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며 "가속 컴퓨팅, 딥러닝, 인공지능 등 세 가지 힘으로 컴퓨터 공학은 100만배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GTC2021에서 공개한 인공지능을 통한 지구 기후 관측 활용 예시.

엔비디아 GTC2021에서 공개한 인공지능을 통한 지구 기후 관측 활용 예시.

엔비디아의 메타버스 '옴니버스'

지난해 엔비디아가 발표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엔비디아는 이날 기업용 옴니버스를 발표하며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디지털 트윈 공장, 아바타 등 옴니버스가 활용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유럽 통신사 에릭센과 협업한 디지털 트윈 시티, 에너지 기업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공장 관리, 자동차 제조사 BMW의 디지털 트윈 제조 시뮬레이션 등이 대표 사례로 제시.

젠슨 황은 자신과 꼭 닮은 '토이-미(Toy-Me)' 3차원 아바타를 통해 AI와 결합한 메타버스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그는 "지금까지 인터넷은 현실을 디지털로 중첩한 것이었지만, 이젠 물리적 세계보다 더 큰 3D 세계가 창조되고 있다"며 "하이퍼링크를 통해 다른 웹으로 이동하듯,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서비스나 물건을) 소유·판매하는 세계가 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트윈이 현실의 복제품이 아니라 오리지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디지털 세상에 원본이 먼저 구축되고, 그걸 현실에 복제할 날이 온다는 것.

엔비디아 GTC 2021에서 공개한 '토이-미' 3차원 아바타.

엔비디아 GTC 2021에서 공개한 '토이-미' 3차원 아바타.

수십 억 로보틱스 시대 온다

젠슨 황 CEO는 "가까운 시일 내 수십억 개의 로봇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 로봇뿐 아니라 웹, 화상회의, 옴니버스 등에서 사용 가능한 가상 로봇도 주목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비전과 신경망 모델, 자연어 이해, 추론과 추천 등 다양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5년 전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AI 로봇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대형 창고, 청소, 음식점, 라스트마일 등에서 환경을 인식하고 추론해 행동하는 로봇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엔비디아는 7개 언어를 실시간으로 구사하며 대화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리바 스피치 AI'와 이를 적용한 키오스크용 AI봇 토키오(Tokkio)도 공개했다.

실제 공장에 가상의 로봇을 시뮬레이션으로 통합해 테스트 하는 모습.

실제 공장에 가상의 로봇을 시뮬레이션으로 통합해 테스트 하는 모습.

그래픽 칩셋, 그건 무기 중 하나일 뿐

이날 젠슨 황 기조연설의 대부분은 엔비디아의 플랫폼 비전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차량 플랫폼(Drive Hyperion8), 헬스케어 플랫폼(Clara holoscan), 대규모 언어신경망 모델(Megatron) 등.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와 가상화폐 채굴 등으로 가격이 급등한 그래픽 카드 관련 내용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포브스는 "이번 기조연설의 주인공은 새로운 칩이 아니라 각종 솔루션이었다"며 "지난 1년간 엔비디아의 주가가 300% 이상 상승한 건 경쟁자들과 달리 플랫폼 회사로 전환을 이뤄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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