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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대, 다전공 두배 늘린다 “학과정원 200%까지 허용”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에서 지난달 한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 [연합뉴스]

서울대에서 지난달 한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 [연합뉴스]

서울대가 학생들의 융합 교육을 위해 ‘다(多)전공제도’를 각 학과 정원의 두배(20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심의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다전공 확대’ 안건이 지난 1일 열린 학사운영위원회의(학운위)에 올라갔다. 학운위는 학사 제도와 그 변경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다전공은 서울대의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 연계전공 등의 제도를 통칭하는 용어다. 서울대는 현재 다전공을 학과 정원의 100%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한 학과의 정원이 50명일 경우, 다전공으로 받는 추가 인원은 50명이라는 의미다.

7년 분석했더니 다전공 60% 증가

다전공을 하기 위해서 이수 학점과 성적 평점 등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다전공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서울대 대학혁신센터가 지난 2014학년도 1학기부터 2020학년도 1학기까지 다전공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다전공 이수자는 2014년 896명에서 지난해 1440명으로 60% 넘게 증가했다.

음악대학과 미술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다전공 이수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경영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을 다전공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꾸준히 많았고, 공과대학과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는 급격한 증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 150%지만 합격률은 70%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4서울대가 대면 수업 기조로 전환한 첫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4서울대가 대면 수업 기조로 전환한 첫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이 자격 요건을 갖춘다고 해서 모두 이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수ㆍ부전공의 경우 경쟁률(다전공 신청 학생 수/선발정원)은 약 150%에 달한다. 하지만 합격률(승인율)은 이에 절반인 70% 수준에 머물렀다. 분석 자료에는 “최근 전공 신청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지만, 수요대비 모집정원 변동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포함됐다.

이에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확대안이 통과되면, 인기는 많지만 학과 정원이 적어 다전공으로 이수하지 못했던 많은 학생에게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융합 세계적 추세” vs “비인기학과 학생 빠져 나가”

다전공 확대 안건을 검토한 이유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에서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학과의 벽을 낮춤으로써 스스로 융합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며 “이에 발맞춰 하나씩 제도를 바꾸려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비인기 학과에서는 그나마 있는 학생들도 타과로 빠져나갈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인기학과의 B교수는 “이미 강의의 상당수를 시간 강사에게 의존하는데 학생들이 더 늘어나면 어떡하냐”며 “교수 정원도 함께 늘리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시간 강사는 주로 대형 교양 강의 위주로 강의하고,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1학기, 늦어도 그다음 학기에는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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