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11109
‘한국인 빅테크 저승사자(the Korean Big tech Grim Reaper).’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미국 앱 개발업체 비영리 모임인 앱공정성연대(CAF) 임원들에게서 얻은 별명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 의원은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전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 방지법을 만든 뒤 미국·유럽 연합(EU)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구글, 애플의 고액 수수료에 맞선 국제 공조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30%의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지난 8월 통과시켰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CAF의 매건 디무지오 사무총장, 마크 뷰제 창립임원과 함께 오는 16일 국회에서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는 국경 없는 온라인 경제다. 그래서 빅테크 기업들의 앱 생태계 독점을 막기 위한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구글 갑질 방지법 추진 과정에서 구글 본사와 야당이 ‘왜 한국만 나대냐’,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면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많다’는 걸 보여주려다 보니 자연스레 국제 공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게임회사 창업자 팀 스위니는 지난 8월 한국의 구글갑질방지법 통과 소식에 '나는 한국인'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팀 스위니 트위터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1/10/f8130712-92e1-4158-8a41-daf5453feeb9.jpg)
미국의 게임회사 창업자 팀 스위니는 지난 8월 한국의 구글갑질방지법 통과 소식에 '나는 한국인'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팀 스위니 트위터 캡처]
세미나에는 지난 8월 구글 갑질 방지법 본회의 통과 당시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I am a Korean!)’이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 미국 게임회사 ‘에픽게임즈’ 창업자 팀 스위니 대표가 참석한다. 스위니 대표는 지난달 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언리얼 서밋 온라인 2021’ 컨퍼런스를 열어 “한국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시켜 보다 개방적인 상호 연결된 메타버스(가상융합현실)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조 의원은 “앱 개발자 등 글로벌 IT업계에서 한국의 법 통과를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반기고 있다”면서 “공감대 확산을 위해 CAF가 팀 스위니에게 참석 의사를 물었는데 흔쾌히 방한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출시 준비 중인 새 게임을 한국에서 등록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한국계 측근으로 알려진 세드리코 오(한국명 오영택) 디지털경제부 장관 역시 프랑스대사관을 통해 참석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조 의원은 “미국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동 발의 형태로 한국과 거의 유사한 법안을 상·하원에 동시 제출했다”면서 “프랑스에서도 반(反)구글 관련법이 이미 의회에 발의돼 있다”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에 맞서는 글로벌 의원모임(IGCD)'에 첫 아시아 멤버로 가입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 임현동 기자/20211109
“혁신을 통해 성장한 빅테크 기업들이 이제 와 앱스토어를 독차지해 혁신의 과실을 독점하는 건 제2, 제3의 혁신을 가로막는 결과”라는 게 조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4일 구글이 한국 이용자들을 상대로 ‘외부 결제 허용’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여전히 수수료를 최대 30% 낼 것인지, 26%를 낼 것인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식이어서 고율 수수료 체계의 본질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앱결제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애플에 대해서는 “향후 이행 계획이 충분치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실태조사 등을 통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의원은 “앱 수수료 인하는 결국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결과”라면서 “한국에서의 첫 세미나를 계기로 내년초 미국, 이후 유럽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컨퍼런스를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