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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말’에 발길질, 따귀 세례…여우사냥 후 생긴 일[영상]

중앙일보

입력

영국 잉글랜드의 한 사냥터. 여우 사냥을 마친 한 기수가 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수가 차에 태우려 하자 말은 도망가려 한다. 그때 뒤에서 여성 기수가 나타난다. 여성 기수는 고삐를 잡더니 말에게 발길질과 따귀 세례를 퍼붓는다. 놀란 말은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고, 뒷걸음질 치며 필사적으로 피한다. 기수도 물러서지 않고 고삐를 잡아당기더니 말이 움찔한 틈을 타 차에 밀어 넣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서 열린 '여우 사냥' 직후 한 여성 기수가 사냥에 참여했던 말의 따귀를 때리는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서 열린 '여우 사냥' 직후 한 여성 기수가 사냥에 참여했던 말의 따귀를 때리는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의 사냥반대운동단체인 ‘하트퍼드셔 사냥 사보투어’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의 일부다. 이 단체는 이날 열린 여우 사냥 대회 ‘코츠모어 헌트’가 끝난 뒤 포착한 장면이라며 ‘동물 학대’ 문제를 제기했다. 이 영상은 조회 수 200만 뷰를 기록했다.

8일 데일리메일은 영국 왕립동물 학대방지협회(RSPCA)가 영상 속 여성 기수의 신원을 확보하고 동물 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의 이름은 사라 몰즈(37), ‘코츠모어 헌트’의 지부장으로 확인됐다. 몰즈는 당시 여우 사냥을 마치고 철수 중에 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승마 연맹 소속 ‘포니 클럽’의 팀 대표이기도 한 그는 두 자녀를 둔 초등학교 교사라고 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에서 '여우 사냥' 대회 철수 중 한 여성 기수가 말을 발로 차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에서 '여우 사냥' 대회 철수 중 한 여성 기수가 말을 발로 차고 있다. [트위터 캡처]

애초 영상 공개 후 사흘 간 몰즈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코츠모어 헌트 측은 “영상 속 여성은 우리 단체 회원이 아니다. 우리는 동물 학대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해 사건이 미궁에 빠질 뻔했다. 결국 RSPCA가 나서서 사건을 공론화하고, 공개 수배해 여성의 신상을 확보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 내에서는 몰즈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동식물 연구자이자 방송인 크리스 팩햄은 “즉시 조사에 착수해 끔찍한 학대 행위에 대한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복지단체 ‘세이브 미 트러스트’(Save Me Trust)의 앤 브루머 대표도 “매우 역겨운 장면”이라며 “동영상 속 여성은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며, 다시는 말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영국 노스요크셔주 허스웨이트 근처에서 열린 여우 사냥 대회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영국 노스요크셔주 허스웨이트 근처에서 열린 여우 사냥 대회 모습. [AP=연합뉴스]

동물단체들은 영국의 여우사냥 문제까지 들고 일어섰다. 영국의 여우 사냥은 300년 역사를 지닌 전통 스포츠로 여겨진다. 여우의 냄새를 맡게 한 사냥개 무리를 풀어 여우를 잡도록 하고, 사냥꾼은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죽은 여우를 수거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여우를 잔인하게 죽이는 방식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동물 단체들은 ‘스포츠’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동물 학대’이자 부유층의 잔혹한 취미라고 비판하고, 이에 사냥 지지자들은 농촌의 전통이자 병충해 방제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결국 영국은 지난 2003년 사냥법 개정을 통해 동물단체 문제 제기를 수용했다. 하지만 여우 사냥 단체들이 인공적인 냄새를 이용해 여우를 죽이지는 않는 방식으로 사냥을 이어가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근대 5종 승마 경기에서 독일의 아니카 슐라이(31)가 말(言) 듣지 않는 말(馬) '세인트 보이'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근대 5종 승마 경기에서 독일의 아니카 슐라이(31)가 말(言) 듣지 않는 말(馬) '세인트 보이'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말을 상대로 한 학대는 지난 8월 도쿄 여름올림픽 근대5종경기 때도 한차례 논란된 바 있다. 당시 경기 중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말을 독일팀 감독이 주먹으로 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기 20분 전에 말을 추첨으로 배정받는 진행 방식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국제 근대5종연맹은 지난 3일 근대5종에서 승마를 다른 종목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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