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190여 나라의 대표가 모여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COP26에선 나라별 탄소 제로 시점, 석탄발전소 폐지 약속 등 환경‧에너지‧산업 정책에 대한 이슈가 중점적으로 다룬다.
지구촌 8억여 명 식량부족 고통
기후변화 따른 자연재해가 원인
연평균 이주민 2200만 명 발생
정치불안 겹치며 탈출구 안 보여
한국의 해외원조 규모 확대해야
원조·굶주림 경험한 한국의 책무
그러다 보니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몇몇 섬나라의 수몰 위기 등을 제외하면 당장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당장 오늘내일 일상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흉작과 기아 겪는 개도국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많은 아프리카‧중남미‧서아시아에서 기후변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 벌어지고 있는 '발등의 불'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으로 흉작이 계속되면서 이미 심각한 기아가 발생해 현실 속 생존의 문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코로나19에 따른 농업 인력 부족과 인도주의 지원 및 농업 기술‧마케팅 활동 중단까지 겹치면서 영양실조와 굶주림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기후변화-자연재해, 식량난 원인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기아와 식량난의 주요 원인은 자연재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상당 부분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2010~18년 경제손실이 159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1년 명목 금액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인 1조8067억 달러의 8.8%에 해당한다. 알제리나 우크라이나 같은 큰 나라의 전체 GDP와 맞먹는다.
그뿐만 아니라 연평균 2200만의 이주민까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분쟁과 더불어 난민 및 국내 이주민이 다량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기후변화는 식량‧식수 부족을 유발하며, 이는 글로벌 기아‧영양실조로 이어지고 재해-흉작-식량부족-기아-이주-교육부족으로 연결되는 ‘빈곤의 악순환’를 불러온다는 것이 WFP의 설명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중대 재해 80% 늘어
기후변화로 인한 중대 재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1980~99년 182건에서 2000~19년 334건으로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WFP는 현재 전 세계에서 8억1100만 명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으며, 43개국 4100만 명은 기아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5년부터 내전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참전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예멘, 고 이태석 신부가 활동하던 남수단,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커다란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가 특히 심각하다.
남수단은 홍수로 농지가 물에 잠기고, 마다가스카르는 남부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가고 식수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예멘은 분쟁에 따른 봉쇄 등으로 식량난과 함께 콜레라 등 전염병도 발생해 어린이를 비롯한 인명 희생이 빈발해왔다.
아프리카에 기아 국가 집중
국가별로 살펴보면 피해국은 아무래도 아프리카에 집중된다. WF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기아 인구가 3.5% 이상인 나라는 11개국이나 된다. 아프리카의 민주콩고공화국(1인당 GDP 588달러)‧콩고(2505달러)‧중앙아프리카공화국(552달러)‧르완다(821달러)‧소말리아(347달러)‧마다가스카르(521달러)‧라이베리아(700달러), 그리고 중동의 예멘(764달러)‧이라크(5730달러)에 동아시아의 북한(소득 통계 없음)이 포함된다.
기아 인구가 2.5% 이상~3.5% 미만인 나라로는 차드(741달러)‧시에라리온(542달러)‧탄자니아(1104)‧모잠비크(425달러)‧보츠와나(7817)‧아프가니스탄(592달러)‧베네수엘라(1542달러) 등 7개국이 꼽혔다. 국내총생산(GDP)은 국제통화기금(IMF)의 명목 금액 기준 2021년 전망치다.
기후변화 따른 기아 국가, 쿠데타 빈발
기후변화와 흉작, 기아를 겪는 국가는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하다.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쿠데타와 쿠데타 기도를 살펴보면 기후변화와 흉작‧기아를 겪는 나라에서 자주 발생했다. 2010년 이후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차드·차드·말리·마다가스카르‧기니비사우‧수단‧민주콩고공화국‧감비아‧부룬디 등이 쿠데타나 쿠데타 기도를 겪었다. 한결같이 기후변화와 기아를 겪는 나라다.
기아는 분쟁으로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기아의 60%가 분쟁지역에서 발생한다. 기아를 전쟁 무기화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특히 사하라 사막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차드·말리·니제르 등 사헬 지역의 정쟁이 불안하다. 사헬 지역은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와 자연재해가 빈발해 경제와 사회가 불안정해 기후 난민이 다량으로 발생해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사헬 지역에서만 식량과 생계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700만 명을 넘는다.
기후난민 최대 1억5000만 예상
세계은행(WB)은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까지 기후난민이 최대 1억4000만 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8240만 명의 난민과 국내 이주민이 존재한다. WB의 경고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과 기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 1.7배에 이르는 난민과 국내 이주민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국제사회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기아국가, 백신 접종률도 바닥
더욱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흉작과 기아를 겪는 나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도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부룬디(인구 1190만)는 접종자가 불과 914명으로 접종률이 0%에 수렴한다. 민주콩고공화국(DRC‧8950만)의 접종률은 0.1%(11만521명),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603만)은 0.5%(3만2240명), 카리브 해의 아이티(1140만)는 0.8%(9만6262명), 아프리카의 남수단(1120만)은 0.8%(8만4839명)까지 모두 다섯 나라가 1% 미만의 접종률에 그친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1차 접종률이 1% 이상 2% 미만도 적지 않다. 아프리카의 차드(1642만)는 16만6793명으로 1.0%, 2015년부터 내전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외부 개입으로 인도주의 재앙을 겪고 있는 중동의 예멘(3050만)이 33만1778명(1.1%),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2770만)가 38만1633명(1.3%), 탄자니아(5970만)가 88만5579면(1.4%), 카메룬(2655만)이 41만8185명(1.5%), 말리(2025만)가 32만4713명(1.6%), 잠비아(1840만)가 31만1049명(1.6%), 부르키나파소(2090만)가 36만4565명(1.7%)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후변화-기아-낮은 접종률-국가실패
2% 이상, 10% 미만인 나라가 모두 23개국이다. 전 세계 접종률이 10% 이하인 나라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36개국에 이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아예 하지 않은 북한 등은 뺀 숫자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가 복합적인 재난으로 작용해 심각한 국가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후변화와 식량 부족, 그리고 코로나19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취약지역에서 코로나19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경우 새로운 변이가 발생해 전 세계로 퍼지는 비극이 지속해서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원조·굶주림 겪은 한국, 기아해결 적임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눔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뒤 국제사회에서 원조 수혜국이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인 데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난 세기 전쟁·흉년 등으로 기아를 경험한 드문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기아 대책에 기여하면 국제사회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은 해외 공적 개발원조(ODA)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2019년 25억2000만 달러로 38개 OECD 회원국 중 15위다. 1인당 37.13달러로 21위, 국내 총소득(GNI)의 0.15%로 21위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와 국제사회의 관심‧기대를 고려하면 글로벌 기아 해결을 위한 기여를 전략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등에 한국쌀 공여 늘려야
한국은 WFP를 통해 국내에서 보관하는 쌀을 예멘‧우간다 등에 공여하며 현지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이들 쌀은 난민을 중심으로 한 기아 인구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공여하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와 분쟁 등으로 기아를 겪고 있는 전 세계 가난한 나라를 대상으로 다양한 식량 관련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지에서 기후변화나 농업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한국의 경험과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북한주민 인도적 지원 노하우 축적 의미
이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처 주도국이자 기아에 대응하는 온정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한국의 역사적인 전통이다. 이제 글로벌 위기에 맞춰 전 세계의 어려운 나라와 함께할 때다. 글로벌 기아 해결에 나서는 것은 장차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노하우 축적의 의미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