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5년간 300만 가구 필요…생애 첫 집 70%까지 대출을

중앙일보

입력 2021.11.10 00:32

업데이트 2021.11.1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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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차기 정부 정책 어젠다 ⑥ 부동산분과 제언-주택시장 안정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원구 상계동. 지은 지 30년이 넘은 주공 소형인 전용 59㎡가 지난달 실거래가 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최고 실거래가는 3억7000만원이었다. 1년에 평균 1억원 넘게 오르며 150% 뛰었다. 또 같은 기간 강남의 대표적인 단지인 반포자이 전용 84㎡가 17억원에서 36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평균 4억여원씩 올랐다.

문재인 정부 4년 반 동안 집값이 기록적으로 급등했다. 1986년부터 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한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기준으로 상승률이 59%다. 노무현 정부(56.6%)를 제쳤고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59.8%)에 버금간다. 문재인 정부가 6개월가량 남았고 김대중 대통령 취임 시점이 1997년 외환위기로 집값이 급락한 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 이후 30년 만의 최고 상승세다.

노태우 정부 이후 집값 최대 급등
늘어난 수요만큼 공급 받쳐줘야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개발 추진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를
전국 아파트 매매·전셋값 추이

전국 아파트 매매·전셋값 추이

집값이 경제성장(9.5%)이나 물가(6%)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은 요원해졌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주택 중간 가격이 중간 가구 소득의 18.5배로 집계됐다. 2017년 5월엔 10.9배였다.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8년을 더 모아야 할 상황이다.

리셋코리아 부동산분과 자문위원들은 “주거안정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분과 위원장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를 맞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재건축·가격 규제 풀어 공급 늘려야

자문위원들은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줄곧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현 정부 들어 이전 평균을 상회하는 준공 물량을 근거로 들었다.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입주 물량이 전국 55만 가구, 수도권 28만 가구다.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2016년까지 연평균보다 각각 40%, 48% 많다. 하지만 현 정부 동안 일시적인 공급 증가였을 뿐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잠깐 내린 소나기가 오랫동안 누적된 가뭄을 해갈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문 정부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했지만

문 정부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했지만

2017년 이후 준공 물량이 늘면서 2019년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일반가구수 대비 주택수)이 100%를 넘겼지만(104.8%) 인구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은 100%를 밑돈다. 서울 96%, 수도권 99.2%다. 수도권 주택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질을 따지면 더 심각하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 지은 지 20년 이상인 노후주택이 910만 가구로 전체 1850만 가구의 절반 정도다. 다섯 채 중 두 채는 30년 전인 1990년 이전에 지어졌다.

김덕례 실장이 앞으로 5년간 필요한 주택공급량을 추정했다. 서울 80만 가구 등 300만 가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수도권이 210만 가구다. 주택보급률을 115%로 올리는 데 210만 가구가 필요하고 2026년까지 일반가구수 증가분 90만 가구를 합친 물량이다.

김덕례 실장은 “유동성 증가 등으로 주택 수요가 갑자기 늘더라도 시장이 요동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흡수하려면 주택 재고가 충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원해진 내집 마련

요원해진 내집 마련

자문위원들은 주택 공급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례로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재건축부담금, 높이 제한, 공공기여 등이다. 준공 시점에 현금으로 수억원까지 내야 하는 재건축부담금이 조합들에 ‘공포’ 수준이어서 곳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땅값과 건축비로 분양가를 매기는 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규제보다 성능·품질을 규제해 자원 순환, 제로에너지 등 고품질 건축물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가격 규제는 사업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분양을 낳아 과잉 주택수요를 일으킨다. 주택이 필요하지 않은 데도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권대중 교수는 “준공 30년이 다가오는 수도권 1기 신도시 개선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990년대 초반 지어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의 주택 수가 30만 가구 정도다. 리모델링·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고 주택 수도 늘릴 수 있다.

갈아타기 등 실수요 대상 대출 확대

문재인 정부 들어 무차별적인 대출 규제로 주택 마련 디딤돌이 무너졌다. 집값 급등의 이득은 일부 현금부자에 쏠렸다. 현 정부는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돈줄을 죈다는 명분으로 대출 규제 강도를 대폭 높였다. 주택가격 대비 이전 70%까지 가능하던 LTV(담보인정비율)를 초기 40%로 낮춘 데 이어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과거 전례가 없던 규제를 했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아예 대출을 금지했다. 15억원 이하에서도 9억 초과분은 20%까지만 허용했다.

새 아파트 대출도 제한했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게 했다. 분양가에 상관없이 준공 후 입주 시점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하면 대출로 잔금을 치를 수 없다.

현 정부는 지난달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부채 상환 능력을 따지는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더욱 엄격하게 만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확대했다. 여윳돈이 없으면 집을 사거나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다. 집값이 뛰고 분양시장에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로또’ 분양이 잇따르면서 현금부자만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김덕례 실장은 “강남 등 인기 지역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반값 수준이어서 당첨되면 10억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여윳돈을 쌓아놓고 있지 않으면 분양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출규제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따라 ‘핀셋’으로 이뤄지면서 풍선효과도 일으켰다. 대출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 다닌 것이다.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상품 지원이 부족해 주택공급 부족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김규정 소장은 “단편적 총량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를 하면서 주택 공급·보유를 위한 다양한 주택금융 기능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이에 자문위원들은 일률적인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대중 교수는 “청년·신혼부부 등 주택시장 진입계층과 생애 첫 주택 구매자와 1주택 갈아타기 등 실수요 대상의 저금리 장기 대출상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규정 소장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LTV를 40%에서 70%로 상향해 내 집 마련 디딤돌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대신 일정 기간 실거주 및 의무보유 등 처분제한 규정을 두면 된다”고 강조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금융지원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지원 금융이 필요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징벌적 세금이 풍선·동결효과 초래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주택 취득·보유·처분의 전 과정에 걸쳐 취득세·종부세·양도세를 대폭 강화했다. 2017년 8·2대책, 2013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2020년 6·17대책 등 해마다 주택세제 강화 방안이 나왔다.

특히 다주택자 중과세를 앞세웠다.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대폭 늘렸다. 취득가액에 따라 1~3%인 취득세가 2주택 8%, 3주택 이상 12%로 올라갔다. 다주택자 양도세에 30%포인트 가산세율이 붙어 양도세 최고 세율이 75%다. 종부세 최고 세율(과세표준 94억원 초과)이 2%에서 6%로 세 배로 뛰었다. 과거 정부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징벌적 수준이어서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말마저 회자할 정도다.

권대중 교수는 “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시가격 중 세금 계산 반영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까지 맞물려 다주택자 종부세가 ‘폭탄’이 됐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세제도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하면서 비규제지역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와 퇴로 없는 세제 대책으로 매물로 내놓지 않는 동결효과가 나타나고 증여 등을 통한 조세회피가 늘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들은 “세제 관련 법이 수시로 바뀌면서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되고 예측 가능성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단기간에 주택 공급 확대가 어렵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시중 매물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문위원들은 “주택시장 안정 때까지는 신규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취득세 중과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취득세 중과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본래의 조세 목적에 맞게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거래비용에 해당하는 취득세와 양도세를 완화하고 보유세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통합하자는 주장도 많기 때문에 종부세 유지와 재산세 통합의 장단점을 비교해 개선방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분과 위원들의 제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부동산분과 위원장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부동산분과 위원장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부동산분과 위원장
“정부의 잦은 임기응변식 대책이 정책 신뢰성을 잃고 규제에 대한 시장 내성을 키웠다. 원칙에 맞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예측 가능성과 확실성 높여야”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상환 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주거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일률적인 대출 한도 규제를 완화하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가구 증가, 빈집, 노후 주택 등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300만 가구를 공급해야 한다. 주택 공급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어 지속가능한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김종필 세무사

김종필 세무사

김종필 세무사
“다주택자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매물을 유도한 뒤 중장기적으로 거래비용인 취득세·양도세 모두 낮춰야 한다. 보유세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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