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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지만, 고기는 아닌 고기 먹어볼까”…대체육 시장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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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대체육을 활용한 요리가 크게 늘고 있다.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대체육인 배양육 [사진 심플미트]

대체육을 활용한 요리가 크게 늘고 있다.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대체육인 배양육 [사진 심플미트]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생활하는 성모(32·서울 동작구 대방동)씨는 ‘고기 마니아’다. 하루에 한 끼는 고기반찬을 먹지만, 최근 채식주의를 고민하고 있다. 가족 같은 반려견을 키우면서 동물을 먹는 것이 맘에 걸려서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육을 사용한 음식이 많아졌다. 성씨는 “유명 커피숍에서 대체육으로 만든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파는데 전혀 맛 차이를 모르겠다”며 “좋아하는 고기를 먹으면서 채식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고기인데 고기는 아닌 고기’인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주의자가 늘자 고기를 대신해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대체육 공급이 늘고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사육·도축할 필요가 없어 탄소 발생 절감 효과가 있는 것도 이유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5년 4조2400억원에서 올해 6조1900억원으로 커졌다. 2023년엔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2040년 세계 육류시장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지난해 102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업계에선 올해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대체육은 이른바 ‘콩고기’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서 만들었고 이어 식용 곤충을 대체육 재료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실제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도 등장했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세포를 채취해 원료인 세포주를 만들고 이를 대량으로 배양해서 육류를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에선 소고기 배양육을 만드는 심플미트, 돼지고기 배양육을 생산하는 스페이스 에프 등이 대표적인 배양육 업체다. 대체육이 부상하는 데는 동물 복지나 환경오염 같은 윤리적인 이유나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250만명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대체육을 활용한 요리가 크게 늘고 있다.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대체육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 [사진 심플미트]

대체육을 활용한 요리가 크게 늘고 있다.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대체육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 [사진 심플미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이유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대기업이 앞 다퉈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7월 자체 개발한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를 선보였다. 이 대체육을 사용한 스타벅스의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는 출시 3개월 만에 20만개가 팔렸다.

풀무원은 지난 8일 자체 개발한 대체육인 ‘플랜트스파이어드’로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대체육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콩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을 미국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와바그릴’ 200여 개 매장에 납품한다.

파리바게뜨도 이달 초 대체육 브랜드인 ‘언리미트’로 만든 랩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고 고기향을 극대화한 대체육 슬라이스 햄을 넣었다. 롯데제과도 지난 5일 식물성 대체육을 넣은 야채 호빵을 출시했다.

정일두 심플미트 대표는 “대체육은 토양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물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이라며 “맛이나 향이 확 좋아진 만큼 다양한 이유로 고기 섭취를 꺼리는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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