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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무서운줄 모르는 오토바이족…참다못한 시민도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지난 4일 오후 9시30분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대덕연구단지 쪽에서 괴정동·도마동 방향으로 대기하던 오토바이 3대가 녹색신호로 바뀌기 전에 굉음을 울리며 출발했다. 이들은 정지선은 물론 보행자 건널목까지 넘어 멈춰서 있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질주했다. 오른쪽에서 진입하던 시내버스는 오토바이를 피하느라 크게 원을 그리며 가까스로 교차로를 통과했다.

잠시 뒤 오토바이 2대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교차로로 진입하다 충돌할 뻔했다. 또 다른 오토바이는 교차로 보행자 건널목을 횡단한 뒤 사람들이 걷고 있는 인도 위로 내달렸다.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1대(오른쪽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1대(오른쪽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족이 급증하면서 오토바이 관련 사고와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신호 위반과 중앙선 침범은 물론 인도까지 질주하는 등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야간에는 경찰과 자치단체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심은 말 그대로 ‘불법천국’이 된다.

학원이 밀집한 대전시청 인근에선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강의 중엔 오토바이 소음으로,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불법운행으로 이중고를 겪는다. 지난 5일 오후 9시20분쯤 지하철 대전시청역 인근에서 만난 여고생 2명은 “(아저씨들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운전하는 데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은 10~12월을 ‘이륜차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난폭운전을 단속 중이다. 오토바이 교통사고 다발지역 13곳과 교통법규 위반이 잦은 28곳에서는 암행순찰차를 이용한 캠코더 단속, 사이드카(경찰 오토바이) 단속을 병행한다.

경찰에 따르면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오후 6~10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9월 말까지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 가운데 33%(143건)가 이 시간에 발생했다. 10월 말 기준 대전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54명→48명) 감소했지만,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2명에서 올해는 14명으로 증가했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11월 한 달간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인도주행 등 주요 교통사고 유발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며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해오던 과태료 처분이 운전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 불법행위를 영상으로 촬영한 뒤 운전자를 찾아내 통고 처분하고 면허벌점을 부과할 방침이다. 배달원이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그를 고용하거나 관리하는 업주도 감독·관리의무 소홀 책임을 물어 처벌키로 했다.

세종시에서는 시민들이 공익제보단으로 나서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휴대전화로 촬영·신고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제보단에 가입한 시민 110명이 지난 1년간 5000여 건의 오토바이 난폭운전을 신고했다.

2019년 5명이던 세종지역 이륜차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는 공익제보단이 출범한 지난해 2명, 올해는 1명으로 줄었다. 세종시는 실적이 좋은 공익제보단을 포상하고 경찰과 합동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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