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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교 문닫은 기간 68주…코로나로 학습격차 더 커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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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동수 소장

김동수 소장

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방역에만 치중한 교육부와 학교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에 학교 폐쇄가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와중에 감염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교문을 걸어 잠그는 면피 행정에 치중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부유층과 저소득층 학생의 교육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정책 당국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소장 김동수 석좌교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가 지난 8일 고려대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 구조 변화 및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가 입수한 유네스코(UNESCO)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부터 지난 9월까지 세 학기 동안 초·중·고 학교 폐쇄(부분 또는 전면폐쇄 포함) 기간이 모두 68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콜롬비아(70주)·코스타리카(70주)·칠레(69주)에 이어 4위였다. 한국보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일본(11주)·프랑스(12주)·영국(27주)·미국(62주)보다 한국의 학교 폐쇄 기간이 더 길었다.

코로나 대응을 이유로 학교 폐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김경근 교수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수학의 경우 2019년보다 2020년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학교는 1.6%포인트, 고교는 4.5%포인트 증가했다.

김 교수는 “학교가 폐쇄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부모의 체계적 관리를 받지 못하거나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학생들이 심각한 학습 부진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혼 가구 등 새로운 가족이 탄생함에 따라 사회보장 대책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서는 앞으로 탄소세·데이터세·사회복지목적세 등 새로운 세목 신설과 증세 논의를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토론자로 나온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민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180조원이 소요되는데 부가가치세로 충당한다고 가정해 계산해 보니 세율을 현재 10%에서 39%까지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은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는 정책도 문제이지만, 코로나 와중에 숲만 보고 나무를 간과하는 정책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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