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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관심 없던 2030, 3월9일 승패 가를 캐스팅보터로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집중유세를 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20대 젊은 유권자가 오 후보의 지지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동문광장에서 집중유세를 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20대 젊은 유권자가 오 후보의 지지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과거 대선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은 주로 40대가 맡았다. 진보 성향의 2030세대와 보수 성향의 5060세대로 양분된 세대별 정치 지형도에서 중간에 낀 40대들의 선택이 판세를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의 양상은 사뭇 다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됐던 2030세대가 캐스팅 보터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우선 2030세대의 정치 참여 증가가 있다. 2030세대의 유권자 비중 자체가 큰 건 아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35.9%에서 지난해 26.7%로 주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만회할 만큼 2030세대의 투표율은 높아지고 있다. 2017년 19대 대선의 경우 19세와 20대의 투표율은 76.2%로 18대 대선(69.0%)보다 7.2%포인트나 상승했다. 30대 투표율(74.2%)도 18대 대선(70%)보다 4.2%포인트 올랐다. 다른 연령층의 투표율은 모두 하락한 가운데 더 눈에 띄는 경향이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9일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청년층이 ‘기성 세대에게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이들의 투표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 일자리 감소로 가장 피해가 큰 세대가 MZ세대이기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도 이들의 투표 참여는 높을 것”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대표 당선에서 확인했듯이 MZ세대 표심의 영향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대선 세대별 투표율과 투표 의향

역대 대선 세대별 투표율과 투표 의향

2030세대 표심의 방향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정치권이 이들을 캐스팅 보터로 주목하는 이유다. 과거 2030세대의 표는 주로 더불어민주당을 향했다. 2016년 20대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예상 밖 승리의 이유를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 에서 찾기도 했다. 그만큼 2030세대는 민주당의 공고한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2030세대 표심의 변화가 가시화된 건 4·7 재보궐 선거였는데, 당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의 55.3%, 30대의 56.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다. ‘조국 사태’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등에서 비롯된 공정 이슈,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2030세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고 2030세대가 국민의힘의 지지층이 된 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 ‘의견 유보’ 답변 비율은 평균 23%였는데 18~29세에선 그 비율이 41%에 달했다. 30대도 27%로 평균보다 높았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이 2030세대에서 특히 높다는 뜻이다. 과거엔 2030세대는 진보, 5060세대는 보수라는 공식이 성립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4050세대는 여권 지지, 60대 이상은 야권 지지, 2030세대는 무당층이라는 새 정치 지형이 확인되고 있다.

연령별 대선 주자 지지 ‘의견 유보’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령별 대선 주자 지지 ‘의견 유보’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4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4050세대와 2030세대가 동맹을 맺으면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 동맹이 해체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세대는 최초로 선진국에서 태어난 세대이기 때문에 개인에 관심이 많다.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보수·진보 가리지 않는다. 언제든지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캐스팅 보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표심을 얻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9일 가상자산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청년 표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새벽 부인 김혜경씨가 낙상사고로 입원하면서 일정을 취소했다. 전날 선대위 회의에선 2030세대 남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는 차원에서 ‘2030 남자들이 홍준표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청년층의 지지를 ‘역선택’, ‘한 줌’이라고 낮게 평가한 당내 인사를 향해 “몰상식한 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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