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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치료제 나오니 버티자?" 기대 막는 전문가들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내년 2월 국내 도입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백신 대신 치료제’라는 얘기까지 나오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치료제의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백신이 가장 강력한 대응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9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건강상 이유로 백신을 못 맞은 사람은 먹는 치료제를 복용하면 된다”며 “내년 2월까지 미접종자분들은 조심하고 버티라”는 글이 올라왔다. 카페 이용자들은 최근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임상 결과를 공유하며 “타미플루처럼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한다” 등의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화이자 로고와 경구용 치료제.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로고와 경구용 치료제.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건강상 이유나 부작용 우려 등으로 접종하지 않은 이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한 글쓴이는 “연일 계속되는 백신 부작용 뉴스 때문에 겁이 난다”며 “경구용 치료제가 곧 수입된다니 마스크 잘 쓰고 다니다가 치료제 먹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최모(44)씨도 그렇다. 최씨는 물류업에 종사해 사람 만날 일이 많지만, 부모님 권유에도 부작용 우려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았다.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온다는 소식에 최씨는 “독감 약(타미플루) 같은 것 아니냐”며 “집에 10살 아이가 있어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계속 맞지 않겠다”고 말한다. 한 학부모는 “(화이자의)초기 실험 결과가 너무 좋아 실험을 중단할 정도라더라”며 “아이들 화이자 백신 안 맞혀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해외에서는 과한 기대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최근 미국 뉴욕시립대 공중보건대가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8명 중 1명이 ‘백신 접종을 하느니 알약으로 치료받는 것이 낫다’고 답한 걸 두고 “전문가들은 치료제 이점과 백신의 예방 효과를 혼동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 조사를 이끈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스콧 랏잔은 “치료제가 사람들을 접종케 하려는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베일러 의과대학의 피터 호테즈 교수도 통신에 “(치료제가)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항바이러스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치료제는 감염 초기에 투여해 바이러스가 복제하는 걸 막아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미국 감염병 전문가인 셀린 군더 박사는 로이터통신에 “숨이 가쁘거나 입원해야 할 다른 증상이 생기면 면역 장애 단계로, 항바이러스제가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앤컴퍼니(MSD)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로이터=연합뉴스

머크앤컴퍼니(MSD)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로이터=연합뉴스

호테즈 교수도 “바이러스가 복제 단계에서 염증 단계로 넘어가는 게 유동적이라 일찍 치료를 받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염증 단계가 시작됐다는 초기 징후 중 하나인 산소 수치가 떨어지는 걸 모를 수 있고 아픈 것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8일 브리핑에서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백신의 중요성은 그대로”라며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통한 감염과 중증화의 예방”이라고 말했다. 류근혁 보건보지부 제2차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구용 치료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으로 가는 ‘게임체인저’(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사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며 치료제가 있어도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구용 치료제가 국내 도입되더라도 타미플루처럼 널리 처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경구용 치료제는 기저질환, 고령 등 고위험 경증, 중등증 확진자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건강한 사람이 맞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하는 예방이 주목적이고, 치료제는 걸린 사람이 먹고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으로 귀결되는 걸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이라며 “백신 접종을 최대한하고 어떤 이유로든 백신을 못 맞는 사람의 경우 항바이러스제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위드 코로나 순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머크, 화이자, 로슈 등의 경구용 치료제 40만4000명분을 확보했고 내년 2월부터 들여올 계획이다. 류근혁 차관은 해외에서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할 때쯤 국내에서도 쓸 수 있게 도입 시기를 더 당기도록 노력하겠다며 추가 구매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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