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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재부 "기본소득 주려면 부가세 10→39%로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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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사회보장과 교육격차 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사회보장과 교육격차 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혼 가구 등 새로운 가족이 탄생함에 따라 사회보장 대책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기한) 기본소득 도입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아직은 때가 많이 이르다"면서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서는 앞으로 탄소세·데이터세·사회복지목적세 등 새로운 세목 신설과 증세 논의를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소장 김동수 석좌교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가 지난 8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 구조 변화 및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사회보장 확대와 증세 문제 등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민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180조원이 소요되는데 부가가치세로 충당한다고 가정해 내부에서 계산을 해보니 세율을 현재 10%에서 39%까지 29% 포인트를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실제로 부가세를 39%까지 올린다는 의미는 아니라지만, 이런 산술적 계산만 보더라도 180조원이나 되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국장은 "저출산에다 고령화 현상이 겹치면서 기존 사회보장 서비스가 버텨낼지 걱정스럽다"면서도 "사회 서비스의 재원에 기여하는 쪽(납세자)의 시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교육 격차 확대 문제도 다뤄졌다. 특히
코로나 사태 2년 동안 방역에만 치중한 교육부와 학교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에 학교 폐쇄가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와중에 감염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교문을 걸어 잠그는 면피 행정에 치중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부유층과 저소득층 학생의 교육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정책 당국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입수한 유네스코(UNESCO)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부터 지난 9월까지 세 학기 동안 초·중·고 학교 폐쇄(부분 또는 전면폐쇄 포함) 기간이 모두 68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콜롬비아(70주)·코스타리카(70주)·칠레(69주)에 이어 4위였다. 한국보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일본(11주)·프랑스(12주)·영국(27주)·미국(62주)보다 한국의 학교 폐쇄 기간이 더 길었다.
 코로나 대응을 이유로 학교 폐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김경근 교수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수학의 경우 2019년보다 2020년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학교는 1.6%포인트, 고교는 4.5%포인트 증가했다. 영어의 경우 이 비율이 중학교는 3.8%포인트, 고교는 무려 5.0%포인트가 급등했다.
 김 교수는 "학교가 폐쇄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부모의 체계적 관리를 받지 못하거나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학생들이 심각한 학습 부진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중위권 성적 중학생은 코로나 기간에 수학 성적이 대거 상위권으로 이동해 비대면 수업 기간에 사교육을 많이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은 숲과 나무를 두루 챙기는 세심한 정책을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은 숲과 나무를 두루 챙기는 세심한 정책을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소장은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는 정책도 문제이지만, 코로나 와중에 숲만 보고 나무를 간과하는 정책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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