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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리뷰] Z세대 300만명이 매달 접속하는 라디오, 아직 못 들어봤니?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올해는 유독 오디오 플랫폼들의 행보가 눈에 띄었다.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았고, 카카오는 ‘음’이라는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라디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Z세대는 왜 오디오 플랫폼에 열광하는 걸까. 이것이 궁금하다면, 스푼라디오를 열어보라. 눈과 귀가 모두 집중해야 하는 영상 대신 귀만 열어놓으면 되는 음성 콘텐트는 멀티 콘텐트 소비가 일상화된 MZ세대의 니즈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또 단순히 청취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내친김에 방송 진행자가 되어보는 경험까지 가능하다. 서비스 기획자이자, 실제 애청자로서 바라본 지금 스푼라디오의 썰을 풀어봤다.

스푼라디오는 누구나 음성으로 콘텐트를 만들어 소통할 수 있는 개인 라디오 플랫폼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월 평균 이용자 수는 500만명. 누적 다운로드 수만해도 3000만명에 달한다. [사진 스푼라디오]

스푼라디오는 누구나 음성으로 콘텐트를 만들어 소통할 수 있는 개인 라디오 플랫폼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월 평균 이용자 수는 500만명. 누적 다운로드 수만해도 3000만명에 달한다. [사진 스푼라디오]

어떤 서비스인가요.

스푼라디오는 개인 라디오 플랫폼입니다. 영상 콘텐트의 강세 속에 ‘Z세대의 오디오’이자 ‘오디오계의 유튜브’를 지향하고 있죠. 90년생인 저는 고등학교에서 야간 자습을 하면서 라디오를 종종 들었어요. 하지만 저보다 어린 Z세대에게는 인생 최초로 경험하는 오디오 콘텐트 서비스이다 보니 되려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콘텐트 생산, 소비, 수익 구조는 유튜브나 아프리카TV와 비슷하지만, 오디오 콘텐트를 중심으로 한다는 게 차이에요. 부모님 세대가 듣던 라디오는 주로 전문가가 녹음해 방송했다면, 스푼라디오의 또래 친구가 수다 떨듯 생방송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스푼라디오에서는 누구나 음성으로 콘텐트를 만들어 소통할 수 있어요. 방송을 듣는 이들은 ‘스푼’을 구매해 제작자인 DJ를 후원해요. 2021년 1월 기준으로,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0만명이 넘고, 월평균 300만명이 이용해요. 이용자의 80%가 10·20세대고, 200만명의 이용자는 미국, 일본, 인도, 베트남 등 20개국의 외국인이에요. 오디오 콘텐트의 국내시장 규모가 작으니 초기부터 글로벌 진출을 계획했다고 해요.

스푼라디오

사람들이 라디오 플랫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나요.

올해 1월 아마존이 미국의 팟캐스트 업체 ‘원더리’를 인수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올해 초에 클럽하우스 초대권이 당근마켓에 등장했던 거 아세요? 주변에서 너도나도 클럽하우스 이야기 하다 보니 자연스레 ‘오디오 콘텐트 시장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스포티파이는 2019년에 이미 팟캐스트 전문업체인 ‘김릿’과 팟캐스트 제작지원 기업인 ‘앵커’를 인수한 바 있거든요. 이로써 스포티파이는 콘텐트 생산과 제작까지 가능한 기반을 갖추게 된 거죠. 종합하면 영상 콘텐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오디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얼마나 오디오 시장에 관심이 있는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어요. 리서치앤마켓스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은 418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해요. 당연히 광고 매출도 커지고 있죠. 미국 인터렉티브광고협회는 2020년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이 전년대비 2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어요. 국내는 어떨까요.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에선 스푼라디오의 청취 시간이 2020년 전년대비 3배 넘게 늘어났어요.
국내 음성 서비스인 팟빵·네이버 오디오클립·스푼라디오·리디북스·밀리의 서재 ‘읽기' 모드까지 이용해 봤는데, 그중 모든 이용자가 진입 장벽 없이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은 스푼라디오가 독보적이에요. 콘텐트 확장 측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같아서 저 역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스푼라디오의 화면. 방송을 진행하는 DJ가 중심이 된다. 방송 진행 방식에 따라 라이브, 캐스트, 톡 등의 구성 있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스푼라디오의 화면. 방송을 진행하는 DJ가 중심이 된다. 방송 진행 방식에 따라 라이브, 캐스트, 톡 등의 구성 있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오디오 플랫폼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요.

어느 책에서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수면시간이다.’라는 구절이 읽었어요. 동영상, 숏폼, 사진, 글 등 콘텐트의 형태는 다양하고 수많은 플랫폼이 있기에 사용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수면시간과도 경쟁 해야한다는 뜻이죠. 오디오는 ‘귀만 필요하다’라는 점에서 동영상, 사진, 글과 달리 눈과 손에 자유를 준다는 점에서 영상과 다른 매력이 있죠. 회사에서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며 일하다 퇴근하는 순간, 눈을 쉬게 하고 잔뜩 집중했던 상태에서 풀어지고 싶어져요. 이동 중에 책을 읽는 건 힘들고, 적막 속에 있기엔 심심할 때 오디오 콘텐트가 딱 좋더라고요. 주말 아침마다 청소를 하는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채널을 틀어놔요. 영상 콘텐트는 눈과 귀 모두 집중해야하지만, 오디오 콘텐트는 들으면서 다른 걸 할 수 있으니까요.

오디오 플랫폼이 여럿인데 스푼라디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스푼라디오만의 특징은 주 대상층에서 찾을 수 있어요. 최근 이용자를 30·40세대로 확장하고 있긴 하지만 주 타깃층과 이용자층은 18~24세예요. 서비스 초기에 광고 카피가 ‘엄마·아빠는 모르는 라디오’였어요. 지향하는 바도 지지하는 층도 확실하죠. 또래 친구와 이야기할 때 느끼는 안정감과 재미가 있잖아요. 팟빵이나 오디오클립이 ‘양질의 콘텐트'와 ‘운영자의 매력도’에 집중하고 있다면, 스푼라디오는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싶은 마음’, ‘우리끼리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건드렸어요.

녹음방송인 캐스트의 화면. 주로 1분~4분대의 짧은 캐스트가 많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녹음방송인 캐스트의 화면. 주로 1분~4분대의 짧은 캐스트가 많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두 번째 특징은 콘텐트예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 DJ가 음악을 큐레이션 해 틀어주거나, 라이브를 해요. 또 이용자가 채팅으로 묻는 말에 DJ가 답하는 수다 방송도 많아요.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되니 BGM처럼 편하게 느껴져요. 스푼라디오 이용자들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서비스 이용하면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해요. 집중하고 싶으면 스푼라디오로 돌아와 채팅을 하는 식이죠. 반면 클럽하우스와 음은 이용자들이 방송에 집중하면서 진행자와 소통하는 게 느껴졌어요.

어떤 주제의 방송이 많은지, DJ는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요.

관심 있는 카테고리의 방송을 추천받는 필터 기능이 있어요. 오디오 플랫폼이다 보니 ‘소리’에 관련된 콘텐트가 많아요. 자작곡, 커버곡‧연주, ASMR, 더빙‧성대모사, 책‧낭독, 예능, 고민 상담 등의 주제가 있어요. 대본을 써서 오디오 드라마를 진행하기도 해요. 재밌었던 건 전화로 소개팅을 해주는 방송이에요. 청취자 전화 연결과 소개팅 앱이 오디오에서 만나면 이렇게 방송이 된다는 게 신기했어요.
DJ는 대학생, 직장인 등 일반인도 많아요. 사실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누구나 DJ가 될 수 있어요. 물론 목소리가 매력 있고 말을 잘하는 분들이 인기가 많죠. 최근에는 가수나 배우들도 본인의 방송을 진행하더라고요.

즐겨듣는 방송은 무엇이고, 직접 방송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편하게 음악이나 사연 들려주는 방송을 좋아합니다. 지금껏 스푼라디오를 이용해본 결과 통통 튀는 느낌의 DJ가 많다고 느꼈어요. 친구들이랑 수다 떨듯이요. 우연히 스푼라디오 기획자분을 알게 되었는데 내부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이용자가 마음에 드는 DJ를 찾아야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테니까요.
아쉽게도 나는 아직 DJ로 직접 참여해보진 않았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 이야기할 주제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스푼라디오'를 떠올릴 것 같아요.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트는 얼굴이 노출되어야 하고, 편집이 너무 부담될 것 같아요.

서비스 기획자로서 어떤 점이 가치 있게 느껴졌나요.

이용자가 플랫폼 내에서 스스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오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콘텐트’를 다루는 서비스라면 더욱 중요해요.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보의 양과 질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회사가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용자 누구나가 콘텐트 제작자가 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건이 있어요. 콘텐트 제작과 배포가 쉬워야 하고, 양질의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만들게 하는 동기가 있어야 하고, 콘텐트를 소비할 청중이 있어야 해요.
스푼라디오는 이 세 가지 요건을 잘 갖추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참여로 운영되는 참여형 서비스인데, DJ가 콘텐트를 만드는 게 쉬워요. ‘녹음 버튼 누르기-확인-저장’으로 끝날 정도로 쉬워요. 생방송을 진행하거나 녹음 방송을 송출할 수도 있어요. 생방송에 자신이 없는 이용자라면 녹음 방송을 이용하면 돼요.
무엇보다 방송 진행하면서 청취자 중에 ‘매니저’를 지정할 수 있다 보니 방송 운영의 부담도 덜하고, 팬도 확보할 수 있어요. 관심 있는 이가 나에게 역할을 주는 건 특별한 경험이자 놀이니까요.
서비스 출시 초기에 반응을 보이는 타깃층에 집중했고,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한 점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주효했어요. 또 집중할 필요 없이 다른 활동을 하면서 틀어 놓기만 하면 되니까 체류 시간 확보도 가능했고요. 굳이 인스타그램, 메신저와 경쟁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내가 만든 콘텐트를 좋아하는 이들이 보내준 각종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어, 콘텐트 생산이 곧 수익이 돼요. DJ가 콘텐트를 만들 동기가 충분한 거죠.

쉽게 콘텐트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많은 DJ를 확보할 수 있었다. 캐스트를 만드는 화면을 보면 익숙한 녹음 화면과 기능을 볼 수 있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쉽게 콘텐트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많은 DJ를 확보할 수 있었다. 캐스트를 만드는 화면을 보면 익숙한 녹음 화면과 기능을 볼 수 있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무료 듣기라니 비즈니스 모델도 궁금해지네요.

사용자들이 방송을 만들고 듣는 건 기본적으로 무료인데요. 스푼라디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수익이 있어야겠죠. 건강하고 지속적인 매출 구조를 만들려면 인기 크리에이터를 만들고, 그들의 팬이 활발하게 후원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해요. DJ가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어 팬을 확보하면, 팬은 ‘스푼'이라는 스푼라디오 안에서 사용가능한 포인트로 DJ에게 후원하는 구조예요. 아프리카TV와 유튜브와 비슷하죠? 별풍선과 비슷한 응원 스티커를 보내고, 응원하는 DJ의 라이브 랭킹을 올리는 ’10 like‘ 스티커를 보내기도 해요. DJ들은 방송 시간을 늘리거나 배경 효과 주기 등의 추가 기능을 구매합니다.

DJ를 응원하고 다양한 추가 기능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수단(스푼)이 있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DJ를 응원하고 다양한 추가 기능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수단(스푼)이 있다. [사진 이혜원, 스푼라디오 캡처]

사용자로서 얼마나 만족하나요.

개인적인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점이에요. 조금 짠 점수를 주었는데요. 플랫폼의 완성도, 지향점, 비즈니스 모델 모두 좋아해요. 다만 흥미로운 콘텐트 수가 부족하더라고요. 이들의 주 타깃층인 18~24세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스푼라디오가 이용자층을 25~35세로 확장하면 다양한 콘텐트도 많이 생길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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