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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기후위기 해법 “글로벌 GDP의 2%를 친환경에”

중앙일보

입력

유발 하라리. [중앙포토]

유발 하라리. [중앙포토]

전 세계 21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45) 히브리대학 교수가 “기후위기는 분명히 해결할 수 있다”며 희망적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출간한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볼륨1. 인류의 탄생』 후속작(볼륨2)을 최근 내놓은 그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글로벌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사피엔스』(2005)부터 『호모 데우스』(2017),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2018)까지 그의 저서를 관통하는 주제는 ‘허구적 이야기(서사)’의 힘이다. 인류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신(神)이나 국가의 힘을 믿는 능력이 사회적 협력을 이끌었다는 것. 그는 “이전에 철학은 일종의 사치였지만 이제는 생명공학 등 새로운 결정에 있어서 인류와 선(善)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던 건 생물학이나 경제학이 아닌, 역사와 철학의 관점에서 말했기 때문”이라면서다.

“2%, 충분히 실현 가능” 

유발 하라리. [중앙포토]

유발 하라리. [중앙포토]

그는 기후위기 문제도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서사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인간에게는 적(敵)이 필요한데, 기후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좋은 소식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엔 지금도 너무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해법도)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답은 ‘글로벌 연간 GDP의 2%’이다.

“최근 읽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부터 글로벌 연간 GDP의 2%를 친환경 기술과 친환경 인프라 개발에 투자하면 기후변화를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2%는 산술적으로는 많은 돈이지만 실현 가능한 수치입니다. (필요한 돈이) 20%였다면 이미 늦었으니 그냥 잊어버리라고 했겠죠. 이제 정치인의 임무는 여기(파괴적 예산)에서 저기(친환경)로 예산의 2%를 옮기는 겁니다. 경제 체제를 완전히 바꾸고 동굴로 들어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종말론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해요. 예산의 2%, 바로 그겁니다.”

그는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의 메시지는 ‘당신은 탐욕과 무책임으로 우리(젊은 세대)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고 착취해온 것은 인간의 엄청난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인류 미래가 실리콘밸리에 달렸다고?”

유발 하라리. [중앙포토]

유발 하라리. [중앙포토]

하라리 교수는 대표적인 과학기술 비관론자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정보기술로 마음을 조종하고 결국 자유의지를 빼앗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최첨단 기술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 하라리 교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에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던 그는 이번에도 “인류의 미래가 일정부분 실리콘밸리에 달려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착각일 뿐”이라고 했다.

“물론 그들이 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업적도 있죠. 동성을 찾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이 없었다면 제가 이스라엘의 작은 마을에서 남편(이치크 야하브)을 만날 순 없었을 겁니다. 감사하게 생각해요. 다만 실리콘밸리는 그들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역사와 심리, 인간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아닌 기술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어요.”

“트랜스 휴머니즘 첫 주제는 젠더”

그는 “자유주의와 인본주의는 인류가 생각해낸 최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21세기의 기술혁명이 일어난 지금은 이를 넘어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다음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정보혁명 사회에서 인간은 더는 자유의지를 갖고 결정하는 마법의 자아가 아니라, 다른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계속 흘러가는 정보처리 시스템일 뿐”이라며 “(이 현상이 현재) 정치적, 사회적으로 어떤 함의를 갖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앞으로 계속 탐구하고 싶은 주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가 천착하는 주제는 ‘젠더’다. 그는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제3의 성)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건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미래엔 인류의 뇌와 신체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쟁이 벌어질 것이란 걸 느끼기 때문”이라며 “젠더가 ‘트랜스 휴머니즘’(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의 첫 번째 주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랜스 휴머니즘도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인간의 진정한 잠재력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죠. 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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