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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팔까" 머스크 입방정···바이든은 핑계, 다른 속셈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약 18조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 중인 ‘서학개미’들이 또 한번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주식 매각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 결과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나스닥 등 뉴욕증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조 2000억 달러(약 1420조원)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예산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데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지만 테슬라 주가는 지난주 마감가보다 59.15달러(4.84%) 급락한 1162.94달러로 장을 마쳤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로이터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로이터

주식 매각 57.9% 팔로어들 찬성

이유는 명확하다. 머스크의 ‘입방아’였다. 머스크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최근 실현하지 않은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며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안한다”며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미 정치권에서 부유층의 주식 보유에 대한 과세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시간 동안 진행된 투표 결과 약 352만명이 참여해 57.9%가 찬성했고, 42.1%는 반대했다.

머스크가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투표 전 그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따르겠다”다고 했다. 그는 “나는 어디에서도 현금 보너스나 월급을 받지 않는다”며 “나는 주식밖에 없으니 내가 개인적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식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르겠다(abide)”는 용어를 가지고서는 “abide(n)”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저격하는 뉘앙스의 트윗도 남겼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도 사태에 미리 대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율은 약 23%(1억7050만주)로 10%는 198억 달러어치다.

자신의 주식 10%매각 여부를 물은 머스크의 트윗 내용. [트위터 캡처]

자신의 주식 10%매각 여부를 물은 머스크의 트윗 내용. [트위터 캡처]

“억만장자 소득세는 구실…스톡옵션때문”  

하지만 CNBC 등 외신은 머스크가 내세운 ‘억만장자 소득세’가 진짜 이유가 아니라고 해석했다. 억만장자 소득세는 주식과 채권 등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3년 연속 수입이 1억 달러를 넘거나 자산가치가 10억 달러를 웃도는 사람들이 과세 대상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머스크는 9일 현재 323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1위에 올라있다.

억만장자 소득세를 논의 중인 미 의회. AP=연합뉴스

억만장자 소득세를 논의 중인 미 의회. AP=연합뉴스

CNBC는 머스크가 억만장자 소득세를 대비해서 보다는 내년 8월 만기가 다가오는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2012년 테슬라 스톡옵션 2280만주를 받았고, 내년 8월이 만기다.  2012년 당시 행사가격은 주당 6.24달러였다.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머스크는 스톡옵션 행사로 약 264억 달러를 벌 수 있다.

CNBC에 따르면 이 경우 소득세 37%에 순투자세율 3.8%를 내야 한다. 또 캘리포니아 주 세율인 13.3%도 내야 한다. CNBC는 “이 모두를 합치면 54.1%가 된다”며 “세금 총액은 15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석가들과 세무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올해 4분기에 주식 매도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위터 설문조사와 관계없이 머스크는 이번 분기부터 수백만주를 팔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프리스의 필립 하우초이 애널리스트도 “머스크가 약속대로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면서 “표면적으로 이는 아주 좋은 소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이 억만장자(머스크)가 세금을 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 9월 올 연말쯤 대규모로 할인된 가격에 대형 기관투자가들에 주식을 매각하는 블록세일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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